어느 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월세도 내지 않고 공짜로 저만의 공간인 '무지개인공간'을 가지고 '무지개인간'이라는 작가명으로 글을 쓰고 있지요. 신나게 글을 쓰다 보니 관심을 받게 되면서 몇 주 전만 해도 조회수를 확인하며 울고 웃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음, 울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조회수에 비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제야 브런치스토리를 저답게 가꾸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의식할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어요.
제가 좋아서 쓰는, 저를 위한 글이 누군가에게는 소개하고 싶은 글이 된 경험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지요. 첫 글을 작년 8월 19일에 올렸는데 일주일 후 워싱턴주 한인 포털 사이트인 'KSeattle(케이시애틀)'에서 글을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와, 처음 받는 제안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아시죠, 이미 마음은 시애틀이었죠. 이러다가 시애틀 가서 살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비누거품 같은 허풍도 떨었지요. 집안의 경사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내 글을 해외에서도 읽을 수 있구나, 하고 브런치스토리가 미치는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어요.
브런치에서는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정말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쓰고 싶은 날에 그냥 썼지요.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새 글 알람이 자꾸 가서 불편하셨을 수도 있겠다 싶네요. 그래도 하루에 한 편 이상은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만 발행한 시간이 기억나질 않네요. 브런치가 글을 쓰는 플랫폼이라는 것만 알아서 조회 수나 글 노출 등은 생각도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한 달 하고 일주일이 되는 날에 쓴 글이 친절한 알림 덕분에 4천 뷰가 넘는 조회수가 나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 정성껏 쓰면 무슨 일이 생기긴 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렸지요. 그 글의 제목이 '삶을 정성껏'이라고 정성껏 썼기 때문에 조회 수가 증가한 것으로 아주 순진하게 생각했지요.
포털 사이트 노출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혼자 신나서 쓴 글이 이번에는 빵! 터졌습니다. 이전 글의 조회수를 가볍게 넘겼지요. 요가를 다녀와서 쓴 글인데 1만 2천 뷰가 나왔습니다. 그때 알아차렸지요. 뭔가 있구나! 결국 한 시간이 넘게 브런치스토리 사이트를 연구했고, 유입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daum. 그래서 다음에 들어가 또 한참을 뒤졌습니다. 결국 찾아냈지요. 그 뒤로 꽤 많은 글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읽혔습니다. 아주 감사할 일이고 행운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지금도 여전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매일 만나는 이웃이 생겼습니다.
구독자 수 몇 천의 작가님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모든 것에는 과정이 있으니까요. 저는 제 글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무척 소중합니다. 때로는 다정한 댓글로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옆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말이 아니라 정제된 글로 만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더 깊을 수도 있지요. 브런치 작가님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바쁜 시간이 아니라면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글은 글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존중하는 의미로 '라이킷'을 꾹 누르고 읽습니다. 저의 라이킷은 존중입니다. 그리고 글을 읽고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누적 조회수 17만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제가 쓰고 싶은 소재와 생각을 쓰고 있지만 브런치가 좋아하는 글의 이미지를 조금은 그려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것은 노출각인데!'라는 느낌이 드는 날에는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제 글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어떤 날에는 글 두세 편이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영광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서 브런치의 생태를 탐험을 하듯 브런치스토리를 알아갔기에 이런 경험을 통해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려고 하는 예비 작가님들을 포함한 주변 작가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뻤습니다. 뭐, 경험치가 쑥쑥 상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브런치가 좋아하는 글을 쓰지 않기도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좋아서 쓰는 글을 조회 수를 신경을 쓰다 보니 마음이 불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탐험을 떠날 때의 그 설렘이 다시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죠. 다행히 마음을 먹으면 즉시 실행하는 편입니다. 브런치스토리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보며 트렌드를 파악하는 일은 계속 하지만 '무지개인공간'에는 조회수를 신경 쓰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글이 가진 색깔과 장점을 잘 알아차리고 싶어요. 진정한 고수가 되겠어,라는 큰 꿈을 가져봅니다.
사실은 브런치가 좋아하는 글을 못 씁니다.
브런치스토리의 스테디 키워드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순한 맛으로 세 가지를 골라볼게요.
고양이 -> 저는 고양이와 함께 살지 않습니다. 단독주택에 살던 지난해까지는 매일 밥을 주며 챙기던 고양이가 몇 마리 있었지요. 지난여름 태풍에는 자신이 낳은 막내를 제게 맡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사를 해서 이런 영화 같은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고양이 이야기는 생생한 느낌을 내지 못할 것 같아 쓰지 못합니다.
김밥 -> 집에서 만든 김밥을 좋아하지만 만드는 것보다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사를 하면서 이제는 김밥을 말아주는 사람도 없고 올해부터는 일에 더 빠져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김밥을 스스로 말아야 하는데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말아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밥을 몇 번 말았지만 맛이 진짜로 너무너무 없어서 글을 쓸 생각을 하지도 못했네요.
해외여행 -> 가고는 싶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일을 해야 할 때이니까요.
스테디 키워드는 요건들이 갖춰진다면 글을 쓰는 일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남들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글감의 에피소드를 저도 기록해 보고 싶고요.
앞으로도 무지개인(공)간에는 삶을 담은 글이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글 속에는 다양한 삶의 감정들이 섞여 다양한 빛을 가진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공간이 되도록 꾸려나갈 것입니다. 이제야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한 브런치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브런처(bruncher)가 된 것 같습니다. 아차, 브런치스토리 탐험의 1코스를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1코스를 완주한 소감을 말하자면 이곳은 알고 보니 다정한 공간입니다. 평소에는 내가 더 실패했고, 내가 더 어렵다고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작가명을 빌려 속내를 터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고백에는 '네가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아쉬운 말 대신 다정한 마음을 내놓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지개인(공)간을 좋아합니다.
참 신기한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지금 이 글을 제주의 해안동에 있는 카페에 앉아 쓰고 있습니다. (글 하단에 장소를 추가해 놓았습니다.) 처음 온 곳인데 풍경이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말이죠. 성실하게 쓸 결심과 나답게 쓸 결심은 모두 적은 순간, 하늘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진짜요! 그래서 루프탑으로 올라가 무지개를 담아왔습니다. 제 모습을 보고 사장님도 올라와서 카메라에 담으시네요. 소원을 비세요,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소원이 꼭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동영상 첫 부분에 보이는 산은 멀리 보이는 한라산입니다. 무지개는 제주의 동쪽 하늘에 아주 크게 떴고요. 세상의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듭니다.
독자님, 작가님과 이 좋은 징조를 나누고 싶습니다. 좋은 일은 나눠도 계속 커지니까요.
시작되는 한 주도 응원할게요!
노출되었던 글을 중간에 링크로 올리면 더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글이 깔끔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 뺐습니다. 대신 작년 봄까지 노출되었던 글 중 일상 에세이만 모아 둔 브런치북을 올려드립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혹시 필요한 분께는 도움이 되길 빕니다.
[브런치북] 무지개인간, 무지개인공간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