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인간 Sep 28. 2022

약 먹으면 7일

안 먹으면 일주일

  

 

  내가 아는 웃자고 하는 말 중에 가장 웃긴 말은 '약 먹으면 7일, 안 먹으면 일주일이면 낫는다.'이다.

  평소에도 잔병치레가 없는 나는 이 말이 무척 공감이 된다. 여기에서도 통하는 '존버'!

  

  아무튼 내가 감기에 걸리는 일은 7-8년에 한 번 정도이고,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으면 약 기운에 온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어 꼭 필요한 콧물약 정도만 먹는다. (콧물 닦다가 코가 다 헐기 때문에)

  나머지는 시간의 힘을 믿고 일주일을 버틴다. 그런 것을 보면 스스로 '나는 건강하다.'는 자부심을 가진 모양이다.


  여하튼 '건강체'인 내가 이번 9월에는 유난히 자주 아팠다.



  

  처음에는 위가 아팠는데,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혀를 차며 아플 만했다고 생각할  같다. 축구팀 회식에 갔다가 마흔 넘어 가진  회식에 신이 났다. 맥주만 마셨어야 했는데 저녁도  먹은  속에 출처를   없는, 누군가가 만든 레몬소주  잔을 마시고  길로 일주일을 고생했다. 처음 이틀은 아무것도 먹지  했고  뒤로는 밥을 먹으면 피부가 벗겨진 살에 김치 국물 쏟는 느낌이라 누룽지 삶은  외에는 먹을 수가 없었다. 아프기 시작한  6일째 되는 ,  병이라도 걸렸나 싶어 오후 늦게 병원에 전화를 했다.


  "내시경을 해야겠어요."

  "얼마 전에 하셨는데, 어디 불편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네, 뭘 먹고 속이 너무 아파요. 밥을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파요."

  "우선 저희 병원은 11월에 예약을 잡아 드릴 수 있어요. 가까운 소화기내과로 가서 약을 먼저 드셔 보세요."


  일주일이면 나을 줄 알았는데 6일을 기다려도 낫지 않아 큰 결심을 하고 전화를 한 건데 내시경을 할 수 없다니! 다른 병원을 알아보다가 일에 파묻혀 병원 찾는 일은 결국 뒤로 미뤄졌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픈지 일주일이 되는 그날이 되니 김밥도 먹고 싶고, 떡볶이도 먹고 싶고, 커피에 달달한 디저트가 먹고 싶어졌다. 그리고 먹었다. 괜찮다.

아싸! 다 나았다.

 물론 지난 7일 동안 "약 먹었어?"라는 질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건들기만 해도 아프던 내 위는 일주일이 지나니 씻은 듯 나았다.




위가 낫고 나니 입 안에 구내염이 돋았다. 고기를 먹다가 입술 안 쪽을 꽉 깨물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텐데 누룽지를 먹다가 잘못 깨문 부분이 구내염 2개로 점점 커졌다. 양념이 있는 것은 쓰려 먹지 못했고, 피로를 쫓기 위해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중 가장 어려운 일은 양치를 하는 것인데, 한두 번 고생을 하곤 적응을 했다. 구내염이 다행히 아랫입술 쪽에 나서 아랫입술을 쭉 잡고 양치를 하면 칫솔 머리가 상처가 부딪히는 일이 없었다. 물론 헹굴 때의 찌릿한 느낌은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불편하게 사느니 약을 좀 발라볼까?' 하다가도 연고 한 번 바르는 게 뭐가 귀찮은 일이라고 또 하루하루씩 미뤘다.

  미루다 보니 어느새 또 일주일을 채우게 되었고, 염증도 점점 속살을 채우며 낫고 있다.


  아싸! 다 나았다.



  

이 정도면 '약 먹으면 7일, 안 먹으면 일주일'은 우스갯소리로 가볍게 할 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는 건강하다, 그래서 결국 낫는다.'는 자부심이 만든 플라세보 효과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통했다면 먼 조상님의 조상님의 조상님의 지혜가 전해 내려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프면 병원부터 갑시다. 불안하고 미련하게 일주일을 보내지 말고, 병원 가서 진단받고 약 먹으며 7일 안에 낫는 게 더 좋은 방법 같아요.


  우선 나부터 [실행력] 단추를 병원 가는 일에도 하나 달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콩밭 메던 열여덟과 콩밭 할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