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maker
Oct 06. 2024
- 피고 안중근, 사용했던 브라우닝 권총에 총알을 한발 남겼다. 이는 이토공을 살해하고 그 자리에서 자살을 계획한 것인가.
미조구치 다카오 검찰관의 목소리가 맞은편 유리창에 부딪히면서 사라졌어요.
그윽한 눈매로 검찰관을 바라보는 안중근의 조용한 모습은 좀처럼 흐트러짐이 없었죠. 그 모습이 취조하는 일본인 검찰관의 눈빛을 잠시 까닭 없이 흔들리게 했지요.
안중근은 조용하게 입을 열었어요. 차분하면서 분명한, 확고하면서도 명확한 저음의 목소리가 법정의 사위 벽을 반향 하기 시작했지요.
- 내 뜻에 의해 남겼다. 이토를 살해한 것은 개인적인 원한이 아니다. 군인으로서 전투에 참가하여 적장을 죽인 것이다. 승리한 군인이 자결할 이유는 없다. 나의 목적은 대한제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도 자살할 생각은 없었다. 다시 말하건대 나의 목적은 대한제국의 완전한 독립이며 동양평화의 실현이다.
대한제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라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기에 자결할 이유가 없었다는 안중근의 목소리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겼지요.
따라서 총알을 한발 남긴 것은 그 목적하는 바가 진행형임을 의미하는 바였어요.
대한제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열망하는 대한제국 군인으로서의 임무가 아직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지요.
안중근은 그가 목적하는 바가 담긴 총알 한 발을 우리 모두에게 남겨두고 1910년 3월 26일. 대한제국과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