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일대기
초등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20년간 독서습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처럼 글을 읽는 일은 습관과 같은 것이다. 20년 동안 수많은 책들을 거쳐갔다. 못해도 천 권은 읽었지 않나 싶다. 책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을 들추어 독서와 함께한 일대기를 기록해본다.
초등학교 저학년
처음 장편소설을 접했다. 오빠 방 책꽂이에 있던 판타지 소설 '유렌' 시리즈가 그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주인공이 막강한 힘을 발휘해 영웅이 되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했고 방에 있던 다른 판타지 소설까지 모두 섭렵했다. 어릴 적엔 밖에서 놀기보다 집에 주로 있어서 더 읽을 책이 없자 집구석구석에 있는 책들도 꺼내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고학년
명절날 친척들과 함께 서점을 들린 적이 있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보라 해서 산 책이 '비밀의 도서관'이었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의 전편으로 쓴 책으로 주인공이 고서점에서 일하면서 겪는 모험을 다루었다. 책 겉표지에선 달콤한 초콜릿 냄새가 나서 코를 박고 킁킁대곤 했다. 고학년 때부터는 독서실에서 자주 책을 빌렸다. 최다 대출로 상을 받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중학교
판타지 장르에 편중되다 보니 다른 장르의 책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청소년 소설과 같이 여러 장르를 골고루 보려 했었다. 1학년 때는 쉬는 시간마다 책을 틈틈이 읽었는데 성적이 좋진 않았다. 하루 완독에서 점차 책을 읽는 주기가 길어졌다. 지금에 와선 부끄럽지만 학창 시절에는 외국에 대한 선망으로 외국소설만 고집했었다. 이때 읽었던 책으론 팀 보울러의 '리버보이', '스타시커'였다.
나치 시절 유대인의 참상을 그린 책들에도 관심이 많았었다. 전쟁을 겪진 않았지만 박해를 받는 사람들과 더 나아가 유색인종의 차별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인상 깊었던 책으론 존 보인의 '줄무늬 파자마 입은 소년',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독서모임을 하면서 단순한 읽기에서 책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때 기억에 남는 책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 '더 리더'는 당대 역사와 생활상을 배우면서 작가가 의도한 장치와 은유를 알아차리는 재미를 느꼈다. 그렇지만 여전히 책을 겉핡기 식으로 읽는 경향이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꾼 책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으라면 항상 이 책을 언급하곤 했다. 교과서상으로 배운 지식이 완전 불변의 법칙이 아니라는 것, 시대에 요구하는 사상에 맞게 다듬어진 것임을 알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수험생활이 다가오면서 언어영역에 도움되는 책들을 주로 읽었다. 문학보다는 비문학 장르를 주로 읽었고 문학작품은 근현대소설 위주로 읽었다. 근현대소설은 암울한 내용이 많아 한국소설은 우중충한 글로 오해했었다.
대학교
독서의 암흑기라 칭하고 싶다. 아버지께서 대학 입학 선물로 스마트폰을 주셨는데 스마트폰 속 인터넷에 빠져들면서 독서를 소홀히 했었다. 한 달에 1권도 읽지 않은 날이 많았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뜨게 된 일이 생겼다.
저학년 진로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였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진로 상담자는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 얘기를 했었는데, 수강자들이 대답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필수적인 교양 책 조차 모르고 있다며 화를 내셨다. 그동안 스마트폰에 빠져있느라 책 읽기에 소홀히 했던 것이 부끄러워졌고 이후로 폰을 덮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죽음의 수용소는 졸업 후에야 읽게 됐지만.
심리학과 경제학이 전공이어서 관련 서적을 주로 읽었다. 기억나는 책으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현재
한국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근현대문학으로만 접하면서 오해했던 한국소설은 오히려 외국소설의 번역투보다 미려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았다. 그동안 오해하고 한국소설을 읽지 않았던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최근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일을 잘하는 법에 관심이 있다. 내가 가려는 분야에 대한 서적과 일 잘하는 사람들의 책들을 읽고 있다. 꽤 재밌게 읽었던 책은 골든 크리슈나의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와 임영균의 '나도 일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일대기를 작성하고 보니 아직까지 접하지 못한 장르와 기억나지 않는 책들의 제목에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는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다독보다는 정독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