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연을 날리다
돌아보니 어른들을 위한 놀이가 없었다
한강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울에 살지 않았을 때는 드라마에서나 한강을 볼 수 있었다. 한강에서 치맥을 시켜먹는 장면을 보며 나름의 로망이 생겼다. 그래서 처음 한강에 놀러 왔을 때 돗자리를 챙기고 친구와 치킨을 먹었다. 가을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이라 굉장히 추웠던 걸로 기억한다.
한강하면 치맥이란 말에 이제는 연날리기도 덧붙이려 한다. 바로 어제 한강 공원에서 연을 날리며 치맥을 했으니 말이다.
연날리기는 초등학교 때 잠깐 한 뒤로 해본 적이 없었다. 요즘에는 주위에 연날리기를 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일부는 추억을 잊지 않고 소소하게 연날리기를 해왔나 보다. 나는 난지한강공원을 거닐다 우연히 아이들이 연을 날리는 것을 발견했다.
하늘 높이 띄워진 연은 멀리서 봐도 멋졌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쌍둥이처럼 같은 비행기 모양의 연이었다. 얼마 만에 보는 연이던지 나는 탄성을 질렀고 사진으로 담았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돌아가는 길에도 아쉬운 마음에 두 번씩이나 뒤돌아보았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인터넷에 '연날리기'를 검색했다. 연과 얼레를 파는 쇼핑몰이 있었다. 나는 상품을 즐겨찾기로 해두고 시간이 날 때 꼭 연을 날려보겠다고 다짐했다.
택배로 받은 연은 생각보다 컸다. 이미 제작된 형태라 밖에 들고 다니기 머쓱했지만 이내 무덤덤해졌다. 연은 바람이 불 때마다 펄럭였는데 시범 삼아 얼레와 연결하고 실을 풀었다. 실을 풀자마자 연이 뒤로 날아올랐다. 마치 풍선을 들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공원에서는 실을 더 풀어 멀리까지 날렸다. 바람이 거세서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기 어려웠지만 팽팽해진 실을 잡아당기며 연을 이리저리 움직이니 한결 수월하게 연을 날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순수하게 즐거웠다. 연이 잘 날다 텐트 근처에 떨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친구 머리 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서 생기는 즐거움은 웃긴 영상과 매체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달랐다.
나이를 먹을수록 웃을 일이 점점 줄어든다. 시답지 않은 일에도 깔깔 웃던 내가 이제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잘 웃지 않게 돼버렸다. 더 이상 웃지 않는 어른이 될까 걱정했다. 그래서 거울을 볼 때마다 웃는 표정을 연습하곤 했다. 기운이 없고 우울할 때는 일부러 웃긴 영상이나 로맨스코미디 영화를 찾아봤다. 임시처방에 불과한 방법으론 잠시 웃길 뿐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날리기를 한 후론 놀이에 집중할 때 더 많이 웃게 되는 걸 알게 됐다.
어린 시절 우리가 했던 놀이는 학교 주변에 계단이나 놀이터만 있으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었다. 규칙을 정하고 그에 맞춰 놀았던 추억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요즘엔 스마트폰 하나로 여가를 즐기는 시대다. 놀이는 사람들과 생산하는 것에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 나는 직접 만들어가는 놀이에서 긴 여운이 남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의 연날리기는 어른을 위한 놀이가 없는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