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 권했던 책을 읽고 나면 그 사람이 어디서 공감했고 영감을 받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오늘 내로 다 읽으려 다짐하며 잠이 오는 걸 참아가며 새벽 2시를 넘어서까지 읽었다. 책장을 덮고 나자 상대의 언어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평소 어떤 책을 읽는지 묻는다고 한다. 어떤 책인지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관과 성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누가 추천해도 알았다고 끄덕이고 제목을 잊어먹곤 했는데 최근엔 무슨 책이 좋았다고 말하면 제목이 뭐냐고 묻고 메모해놓는다. 그런 다음 시간 될 때 도서관에 들러 빌려 읽었다.
오늘자에 읽은 책은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심리'였다. 책 속 문장들은 기억 속에 뜨문 뜨문 연결된 지인의 언어와 겹쳐졌다. '아, 이 사람은 이런 문장을 보고 감명을 받았구나.' 그가 확고하게 말했던 생각의 근원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돌아보면 상대에게 책을 추천한 적이 거의 없었다.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많이 없기도 하고 취향이 아닐 거라 생각해서였다.
재작년에 다녀갔던 최인아 책방에는 책장마다 작은 메모지가 책과 함께 놓여 있다. 책방 주인과 그의 주변 지인이 읽은 책들에 대해 감상과 추천글을 쓴 것이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게 배려한 것에 매료되었다. 최인아 책방처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책에 대해 감상평을 쓰고 서로 추천해주는 것도 꽤나 재밌는 일일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독서는 더 이상 혼자만의 사색이 아닌 타인과의 교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