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이 끝나기 전 회사에서 주는 복지포인트로 대만 항공권을 끊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아픔을 뒤로하고 9월부터 시작되는 공채시즌이 오기 전 잠시 쉬고 싶었다.
해외여행은 대학교 2학년 동생과 태국에 방문한 뒤로 2번째였다. 혼자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단체로 이동하는 건 불편해서 모든 관광지는 대중교통으로만 이용했다. 한국에서는 예스진지 투어로 많이 가던 길이라 투어 외에 가는 방법은 검색해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해외에선 '구글 지도'라는 만능 도구가 있다. 길을 헤맬 때마다 유용하게 썼다.
나는 시먼딩에서 숙소를 잡아 대만에 있는 동안 줄곳 머물렀다. 시먼딩의 특이한 점이라면 건물의 일부가 도보 위 천장으로 된 것이다. 횡단보도를 제외한 도보 대부분이 천장이 있어 햇볕이나 비를 피하기 좋았다. 처음엔 독특한 건축물에 신기해하며 한국에서도 이렇게 만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오래지 않아 바뀌었다. 한여름의 대만은 텁텁한 공기도 그렇지만 오토바이가 길거리에 수두룩해 숨 쉴 때마다 건강에 안 좋아 보였다. 어딘가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 무렾 한국의 길거리가 대만의 길거리와 어디서 다른지 깨달았다. 시먼딩에선 나무가 없었다. 건물과 도로변 그리고 갓길에 놓인 오토바이들이 기억하는 전부였다. 반면 서울은 도보마다 가로수가 놓여 있고 주변엔 푸른 식물들을 접할 수 있었다.
대만을 여행하는 동안 즐거웠지만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일 때 계속 살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은 관광일 뿐 오래 있고 싶은 곳은 한국이었다. 때론 한국 사회에 불만을 터트리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행이 끝나고 나서 내린 결론은 나에겐 '한국이 가장 좋다'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