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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r 12. 2020

엽서의 3가지 용도

장식, 안부, 그리고 고백

장식
전시회는 출구 끝에 기념품점을 둔 동선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이 그려져 있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그중 적당한 가격에서 전시회를 다녀온 기념으로 사기엔 엽서가 딱이다. 누군가는 여행기념으로 엽서를 수집하는 것처럼 나는 전시회를 기념으로 엽서를 수집한다.

작품이 그려진 엽서는 액자만 없을 뿐 하나의 장식과 같아서 벽면에 붙여 방을 꾸미는데 쓰인다. 새 엽서가 생길 즈음이면 벽면에 붙여뒀던 엽서를 떼어내고 새 엽서를 그 자리에 붙인다. 떼어낸 엽서는 상자에 고이 모셔두고 생각날 때 꺼내어 본다.

안부
학창 시절에 드문 드문 썼던 편지들은 집을 옮기면서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카톡이나 SNS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에 편지를 쓰는 건 아날로그적 일순 있지만 정성 들여 쓴 편지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어 좋다.

엽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자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는 인사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일한 동료 혹은 모임에서 친하게 지낸 사람들한테 안부 인사를 담아 엽서를 준다. 뜻밖에 긴 글에 감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흐뭇한 마음이 든다.

고백
엽서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딱 두 번을 엽서로 표현한 적이 있다. 상대가 어떤 사람으로 느껴지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본받고 싶은지를 담았던 걸로 기억한다. 상대 앞에선 늘 조심스러운 나에겐 최선의 방식이었다. 좋은 결말을 맺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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