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내린 Mar 20. 2020

나를 미소짓게 하는 작은 순간들

5일 차 자기발견

소소한 이야기 하나,

회사를 다닐 때 제외하곤 외식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가끔씩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동안 즐겨찾기에 차곡히 모아둔 식당에 다녀간다.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눈썰미가 좋아졌는지 내가 갔던 식당 대부분은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챙겨줘서 기분을 좋게 했다. 그중 예상치 못한 서비스를 받으면 참 즐겁다. 최근에 연남동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양식 위주의 메뉴라 저녁때 먹을 파스타를 제외하면 샐러드 밖에 먹을 게 없었다. 베이컨과 버섯 그리고 샐러드 채소를 버무린 음식을 주문했다.


다 먹고 나서도 속이 든든하지 않아 아쉬운 참에 직원이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티라미슈 조각이 들려져 있었다. "이번에 특별히 서비스로 드릴게요." 하며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나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양 함박웃음을 지었다. 손님에게 세심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게 나의 소소한 행복이다.


소소한 이야기 둘,

서울에 살면서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다. 서울은 볼거리가 많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동네가 따로 있다. 동네를 꼽으라면 망원동, 성수동, 연남동, 가회동 등이 있다. 나는 프랜차이즈가 가득한 거리보다 개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오밀조밀한 거리를 좋아한다.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건물 구조와 인테리어를 만나면 보물을 찾은 탐험가처럼 눈을 반짝인다. 눈에 담기엔 아쉬워 꼭 사진으로 남긴다. 그렇게 찾은 식당과 가게들은 나중에 갈 일이 있을 때 꼭 들리곤 한다.


소소한 이야기 셋,

나는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을 볼 때 기분이 좋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공간과 시간을 차지한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 다닐 때는 항상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자리에 앉는다. 업무 시작 전 30분의 여유를 두고 커피를 내리며 고요함을 즐긴다. 직원분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오면 나는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아침을 기운차게 시작한다.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작은 순간들 50가지


1)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입 안에 산뜻한 맛이 맴돌 때

2) 스몰토크로 하루를 시작했을 때

3) 가장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을 볼 때

4) 햇살이 방 안 가득히 환하게 비출 때

5)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소리를 들을 때

6) 지나가다 예쁜 꽃을 볼 때

7) 우아하거나 독특한 건축물이나 인테리어를 봤을 때

8) 책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때

9) 구멍 난 주머니를 바늘로 꿰매어 감쪽 같이 없앴을 때

10) 친구가 사준 시계를 오른쪽 팔목에 찰 때


11)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줄 때

12) 새로운 사실을 알았을 때

13) 친구에게 딱 필요한 정보가 생각났을 때

14) 더도 말고 딱 30분 동안 걸을 때(그 이상 걸으면 힘들어서..)

15) 잠이 올 듯 말 듯 할 때 이불을 덮고 낮잠을 잘 때

16) 맑은 하늘을 볼 때

17) 깔끔하게 정리된 방을 볼 때

18) 감명 깊은 글을 만났을 때, 그리고 내 메모장에 따라 옮겨 적을 때

19) 습관 어플에 오늘 하루 습관을 체크했을 때

20) 엑셀 수식이 들어맞을 때


21) 계산이 깔끔하게 떨어질 때

22) 오랜만에 연락했을 때 친구가 반갑게 답장할 때

23) 필요 없는 물건들을 다 버리고 공간에 여유가 생겼을 때

24)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25) 친구와 지인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할 때

26)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했다고 느낄 때(내가 말하는 것보다 상대의 말에 푹 빠져들 때)

27) 소재가 떠오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글로 쓸 때

28) 택배물이 문 앞에 놓여 있을 때

29) 링크드인에서 친구 추가 요청이 왔을 때

30) 영화 보기 전 팝콘(캐러멜 팝콘!)을 주문할 때


31) 드럭스토어에서 향수를 뿌려 볼 때 그리고 맘에 드는 향수를 발견했을 때

32) 바다를 볼 때

33) 친구가 좋아하는 장소에 같이 갈 때

34) 식당에서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를 받을 때

35) 전시회를 보고 난 후 어떤 그림엽서가 있을지 궁금해질 때

36) 빨래한 지 얼마 안 된 옷을 꺼내 입을 때

37) 따뜻한 영화를 볼 때(어바웃타임, 당신이 잠든 사이에, 플립, 건지 감자파이 북클럽 등)

38) 도입부가 끝내주는 음악을 들었을 때

39) 단골 카페에 자주 앉는 자리가 비어있을 때

40) 추운 겨울에 부드러운 목도리를 둘러맬 때


41) 항상 무겁게 들고 다니던 가방이 가볍게 느껴질 때

42) 횡단보도에 도착하자마자 신호등이 딱 맞춰 바뀔 때

43) 냉동실에 얼려둔 쌀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난 후 갓 지은 냄새가 날 때

44) 오랜만에 한 화장이 잘 됐을 때

45) 방 안을 어둡게 하고 무드등만 켜놨을 때

46) 출퇴근길을 앉아서 갈 때

47) 도서관에 꽂힌 서가에 아직 못 읽은 책들이 많다는 게 느껴질 때

48)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에 잠길 때

49) 열심히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를 때

50) 지금 내가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

이전 04화 스물일곱살 취준생의 자기역사연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