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hlil Gibran
2022년 9월 14일 수요일
캘리포니아의 혹서가 드디어 물러가고 가을바람이 훨훨 날아들고 있다. 스톰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유칼립투스와 민트향을 머금은 향초가 나의 공간을 한결 상쾌하게 채워주고 있는 가을 아침. 이 아름다운 계절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시(詩) 문체의 글을 찾아 서가를 서성이게 된다. 오늘은 Kahlil Gibran (1883 - 1931)의 <The Prophet>을 꺼내 읽었다. 몇몇 페이지에는 종이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알미트라가 "그러면 스승이여, 결혼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부분은 노란색 스티커로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말 번역본이 없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참고해가면서 영문본을 자가 번역을 해 보았다.
<결혼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영원토록 함께 하리라.
죽음의 하얀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흩어 놓을 때에도 함께 하리라.
아, 신의 고요한 기억의 품에서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그러나 함께 하되 각자의 공간을 갖게 하라.
그리하여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그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들 영혼의 기슭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하나의 잔으로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나눠 주되 같은 덩어리를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각자 홀로 있게 하라.
비록 류트(Lute)가 하나의 음악에 맞춰 떨리지만 줄은 홀로 있듯이.
그대들의 마음을 나누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붙들어 두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담아둘 수 있으리.
그리고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깝게 함께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따로 서 있는 것처럼,
참나무와 편백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