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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Sep 20. 2022

내 사랑 월요일

MONDAY VIBE

2022년 9월 19일 월요일


월요일과 사랑에 빠진 건 아마도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같은 해 가을부터 우리 랄라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스톰이 출근길에 등원을 책임져 주었기에 가능했던 호사였다. 무엇보다 주말 동안 모든 체력이 방전될 만큼 신나게 놀고 나서 맞이하는 월요일의 고요함은 더욱 귀하고 고마웠다. 햇살 포근한 패티오에 앉아 책을 읽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집안일을 하고,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마음으로 혼밥을 즐기고, 랄라를 위해 간식을 준비하는 시간은 풍요로운 만족감을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재충전을 하고 나면 아무리 어려운 수업도, 울트라 에너자이저 랄라와 함께 하는 놀이도, 업무에 지친 스톰의 하소연도 흔쾌히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이 모든 소소한 일상을 잘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은 월요일에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누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랑하는 월요일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심리치료사가 된 이후에도 이 날은 예약을 받지 않고 '혼자'의 시간을 집에서 즐겼다. 하지만 나와 월요일과의 달콤한 관계는 코로나와 함께 와르르르 무너져 내렸다. 스톰도 나도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랄라까지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우리는 한 집에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방역 수칙을 꼼꼼하게 지키기로 약속한 만큼, 우리는 집에서 24시간 내내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이 우리 가족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 전체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생활습관이나 업무/공부 시간에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 외출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에 지루하기도 했지만, 차차 우리는 일하고 공부하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조율해 나갔고, 서로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해주는 것이 결국 나 자신과 가족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배웠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전에 돌입하면서부터는 집 안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요가나 체조 시간을 일상에 포함시켰고, 뒷 뜰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멍 때리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일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 창궐 1년 3개월 이후부터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시작되었고, 그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차차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 학기부터 랄라는 드디어 대학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자취를 시작했으며, 집에는 스톰과 나만 남게 되었다. 아직까지 스톰과 나는 재택근무 중이므로 당분간 나에게 감미로운 월요일의 '나 홀로 집에' 상황은 재현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이 되면 명치끝에서부터 설렘 애벌레가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랄라가 한국에서 돌아와 2주 동안 충분히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시차에 적응한 뒤에 이번 주말 캠퍼스로 돌아갔다. 그렇게 또 한 번 아이를 떠나보내고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분례(로봇 청소기) 움직이는 소리, 동네 어디선가에서 왈왈 짖는 강아지 소리, 향초의 심지 타는 소리, 스톰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 코로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월요일이 조금씩 내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순간 고요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생명체는 오로지 엘리와 루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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