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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Jun 10. 2024

네고시에이션 2

자자, 이제 또 뭐가 남았지?


CT, 임플란트, 냉난방기, 석션, 컴프레셔, CCTV, 자동문, 컴퓨터, 
인터넷과 TV, 카드 단말기, 정수기, 공기청정기.. etc.


알아보고 결정하고 계약서에 싸인해야 할 것들이 쌓여간다.


아, 도저히 안 되겠다. 

나름대로 각각의 것들을 공부하고 알아보기는 했지만 너무 많다.

위에 적은 것들 이외에 진료 기구들도 알아보고 골라야 한다!

발치 기구, 신경치료 기구, 레진치료 기구, 치아 깎는 기구, 임플란트 수술 기구, 교정 기구 등등


그냥 대충 아는 척만 하고 사장님들하고 네고를 해야겠다.

일단 너무 많아서 뭘 사야할지 잘 모를 수 있는데 그런 애매한 것들은 안 사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것들을 최소한으로 사고 나중에 필요하면 추가로 하나씩 더 구매하면 된다.

여기서부터 저와 거래해 주신 영업사원분들과 사장님들께 일단 죄송합니다.


내가 저 항목들이 어느 것이 적당하고 얼마정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일단 한번 깎아보고, 더 싸게 살 순 없는지 물어보고, 더 이상 가격 조정이 안되면 서비스나 사은품으로 뭘 좀 주시길 요구했다.

처음에 일단 한번 깎아볼 때에는 절반정도 가격을 불렀던 적도 있다. (미친?)


"이 가격에 해주시면 안 되나요?"
"최대한 얼마까지 해주실 수 있나요?"
"뭐 더 주실 수 있는 거 없나요?"
"그러면 이거 저거 요고 조고 같이 주시는 걸로 해주세요."


내가 저 항목들에 대해 거의 몰랐기 때문에 부르는 대로 값을 쳐주면 호구가 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했다.

그렇다고 제대로 알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대충 눈에 바른 단어 몇 개를 가지고 아는 척 연기를 하면서 얘기를 이어갔다.

내가 만난 모든 영업사원과 사장님들은 성실하게도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반대 입장이었다면, 나 같았으면 '아!! 그냥 안 팔아~!'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분들은 나 같은 진상(?)을 앞에 두고 침착하게 때론 당황하며 협상에 임하였다.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이라는 책을 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상대를 윽박지르면서 하는, 깡패랑 하는 협상을 '소련식 협상'이라고 한다.

내가 윽박지르지는 않았지만 잠시 소련인이 되었던가를 생각해 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이 있다.

이렇게 계약서를 쓰고 입금을 하고 나면 갑자기 상대방이 소련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미처 몰랐던 문제점이 나중에 발견되었을 때 계약서를 쓰고 난 후라도 입금 전이라면 아직 기회는 있다.

또한 상대방이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인지 더블 체크는 필수로 해보아야 한다.

따라서 입금이란? 

물건을 다 받고, 성능을 테스트하여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 하는 것이 좋다.


치과 일을 하다 보면 '소련 사람' 같은 환자분들을 가끔 만나는데,

참고로 소련식 협상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 중 일부이다.


cf) 소련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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