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개원을 준비하며 늘 불안했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문득문득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잘 되고 있는 건가?
내가 놓치고 있는, 내가 모르는 일들이 있다면?
순서대로 되고 있는 건가?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게 된다면?
잘 되겠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인생도 그랬다.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늘 궁금해하면서 조심한다고 했지만 다시 또 같은 질문.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해보고 고생만 하다 죽는 건 아닌지.
꿈꾸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은 싫다.
딱딱 맞는 느낌이 좋은데, 그렇지 못해서 불안했다.
이럴 때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나를 믿는 것.
그래. 늘 그 방법밖에 없었다.
들어온 지 한 달 된 실장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했다.
모든 것을 총괄하던 실장이 갑자기 그만두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건강상의 이유라고 말했지만 내 상상력을 발휘하면 그냥 다 싫은 것 같았다.
일을 너무 잘했는데 아쉽지만 나간다니 어쩔 수 없다.
사람 나가고 또 구하고 하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이다.
그냥 싹 다 나가버려라!
하고 큰소리치고 싶지만 인력난에 허덕이는 내 주제에 그럴 수도 없고
인력의 추가 손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 이럴 때도 좋은 방법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하기. 이게 딱 좋은 방법이다.
그냥 가만히 있자.
나갈 거면 나가시고. 어차피 치과는 돌아가.
매출이 잘 나오다가도 금방 또 환자가 줄어든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환자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왜 그럴까?
치과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극한의 경쟁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졸업하면서 그게 끝일 줄 알았지만..
개업해서 보니 또 주변 원장님들하고 경쟁이다. 이번에는 생존 경쟁.
학교 다닐 때는 경쟁에서 지면 성적이 떨어졌지만 개업하고 나서 경쟁에서 지면 폐업?
왜 그럴까.. 뭘 해야 할까..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안 아픈 진료, 친절한 설명, 위생적인 환경.
그런데 문제는 모든 치과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업하고 1년 정도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환자수에 따라 일희일비구나.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