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바위에서 넘어진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상처 입은 무릎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하게 부어오르고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통증이 있었다고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무릎뼈와 피부 사이에 우글거리는 건,
무릎에서 달그락거리는 따개비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내가 넘어진 건 무릎이 아니라 머리였을까?
각판 안에 거꾸로 서 있는 몸, 머리와 만각 여섯 쌍
핀셋과 칼을 들고 따개비를 천천히 떼어낸다
방금 씹다 뱉은 껌처럼 늘어나는 뿌리가 뽑혀 나온다
밤에 들러붙은 조각은 수열에 따라 증식해
오늘은 종이 위에 너를 늘어놓아야지
하나하나 정성스레 떼어 붙여야지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물음표를 쏟아내면
의사는 엑스레이를 확인하며 대답할 것이다
많이 심각한가요?
글쎄요, 너무 늦었네요
화면에는 뇌 사이사이 끈적한 뿌리를 내린 갑각류
몇 겹의 막을 뚫고 두피 위로 올라온 딱딱한 석회질 껍데기
책상, 책상은 어디에 있나요?
척추와 관절은 예민을 지탱하기에 그리 튼튼하지 않아요
점점 무너지고 부식되어 시선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누이죠
실존의 수단이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나는 종종 몸이 없고 때로 머리만 있어요
기생 따개비를 친구로 여긴다면 그건 바보 같은 짓일까
체액을 빨려 서서히 죽어가면서도
날 선 뾰족함을 사랑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