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고는 아내에게 사과했단다. 나는 예정보다 이틀 먼저 집을 비워주기로 하고 친구와 낑낑대며 서둘러 이사를 해야 했다. 아내는 집을 옮길 때마다 과도하게 마음 쓰는 내가 염려되어 앞으로 가급적 이사 다니지 말잔다. 그게 마음대로 되겠나. 그리고 나는 상식 밖의 저들이 문제인데 왜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심지어 전문가(?)인 내가 도망쳐야 하냐며 섭섭해하고 항변해 본다. 그래도 어쩌랴. 아프면 내 손해인 것을.
안 그래도 전세사기로 피눈물 흘리고 있을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면 작심하고 사기를 친 임대인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건을 중개한 이들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개작두를 내려야 할 것이나, 현행 제도상 한계가 너무 명확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음을 생각하면, 나의 경우는 참으로 사소하다. 감히 어찌 설움을 논하랴.
일주일이 지나 분을 삭이고 이 글을 쓴다. 아내의 마음 씀을 충분히 알겠다. 그 마음을 받아 남은 전주 셋집이나 잘 지키자며 조용히 동사무소를 방문했다. 전세보증보험을 들기 위해서는 서류가 필요하더라. 사실 서울에 얻어두었던 방도 맘 졸일 거 하나 없었다. 아내가 보증보험 들어 두었는데.
우리 고유의 전세제도 존폐 여부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으나, 부동산 블로거가 아닌지라, 과감히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