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인 Sep 10. 2017

프로파일링으로 할 수 없는 것

범죄자를 찾는데에 정답은 없다


프로파일링(profiling)은 현시대에 범인을 수사하는 수사기법 중에서도 가장 구조화된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사실적인 근거를 통해 밝혀진 항목들을 수사에 접목시켜 범인의 특성을 밝혀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파일링은, 범죄 수사 드라마에서와 같은 미디어에서 알려지게 되면서 프로파일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인 프로파일러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프로파일링은 범죄자를 찾아내는 데에 어떻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1. 범인을 잡는 마법의 수사 기법


미국 FBI의 프로파일러들로 구성된 행동과학분석팀(Behavioral Science Unit, BSU)을 모델로 한 미국 수사드라마 Criminal Minds (드라마 내의 행동분석팀의 명칭 Behavioral Analysis Unit, BAU)를 '프로파일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을 때부터 즐겨보았던 나로서는 어느 정도 프로파일링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있었고, 그만큼 해당 직업에 대한 관심도 높았으나, 현실적인 프로파일링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먼저, 프로파일(profile)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한 이해가 프로파일링(profiling)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여겨진다. 


pro·file

1. 옆얼굴(의 윤곽), (얼굴의) 옆모습

2. 개요(서)

3. 인지도, (대중의) 관심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무엇인가의 윤곽(특히 사람의 형체)을 말하는데, 이러한 근원적인 단어인 profile에 '하는 것'형태의 변경인 -ing 가 붙게 되면서, 초기에는 '개요의 작성을 위한 자료나 정보수집'의 의미로 시작하여 '범죄자의 개략적인 성질이나 형질에 대한 자료와 정보수집을 통한 분석'으로의 확장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죄 수사에서의 '프로파일링'은 주로 '범죄자 프로파일링(offender profiling)'인데, 프로파일링 자체는 이러한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시작보다는 일반적인 정보 프로파일링(information profiling)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60년대 경부터가 돼서야 범죄 수사에도 이러한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직업인 '프로파일러(profiler)'도 나타났다.


그에 비해 프로파일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날로 흉악해짐과 동시에 지능적이 되고 있는 범죄와 이를 행하는 범죄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거하기 위해서 동원된 여러 수단들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는데, 과학수사 또한 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범죄자가 남긴 흔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범인을 찾는 과학수사와는 다르게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 일종의 '심리수사'라고 할 수도 있겠다.



범죄자 프로파일링(offender profiling)의 학술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범죄자 프로파일링

형사사법조직에서 가능성 있는 용의자를 알보고 미래의 범행(혹은 피해자) 패턴을 분석하기 위하여 활용하는 수사도구 


offender profiling (criminal profiling)

an investigative tool used by law enforcement agencies to identify likely suspects (descriptive offender profiling) and analyze patterns that may predict future offenses and/or victims (predictive offender profiling)



프로파일링은 여러 가지 학문과 정보, 분석 등이 취합된 수사기법이다. '하나의 무엇'이 프로파일링이 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프로파일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존 범죄자들에 대한 분석된 정보와 범죄자 프로파일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응용학문이다. 수사에 난항을 겪는 범죄의 범인을 찾아내는 데에 있어 범죄자 프로파일링은 몇 가지 종류의 프로파일링이 취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가해/피해 패턴 프로파일링 

- 방법 (method of operation): 가해 방법, 가해 종류(살인, 성폭행, 스토킹 등)

- 시그니쳐 (signature): 가해 방법 중 일관되게 특수한 특성을 보이는 것(특수한 범행도구 사용, 같은 납치 방법을 사용 등)

- 피해자 유형 (victimology): 나이, 성별, 기타 특성

지리적 프로파일링 (geographical profiling)

- 범행 장소나 시체 유기 장소, 피해자 납치 장소 등 장소와 연관된 지리정보를 분석, 패턴을 발견해 가해자의 주 활동 지역과 미래의 범행 장소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분석방법



#2.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은 국내에서 '범죄 분석가'라는 명칭으로 경찰 특채로 고용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프로파일러를 위해서 정통으로 심리학을 전공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심리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대학 학부 수준에서 사회학, 경찰행정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이후의 학위로는 심리학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해외에서 프로파일링이나 수사 심리를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프로파일러를 특채로 채용하는 과정이나, 해외에서 프로파일러로서의 이상적인 경력을 보유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프로파일러로 자리 잡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사설탐정이나 수사관을 허가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실정 상, 국내형 프로파일러를 양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3. 프로파일링으로 할 수 없는 것


지능적인 범죄자를 가장 고도화된 범죄 수사 방법으로 쫓는 프로파일링은, 최근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마치 모든 범죄 수사의 정답이 되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은 미디어에 의한, 혹은 우리가 '범죄의 해답'을 찾고 싶어 하는 그 욕구의 정답 후보 중 하나로 '프로파일링'을 가지고 싶은 희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프로파일링과 관련해 편견이나 오해를 하지 않기 위해서 유념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모든 범죄에 프로파일링을 활용할 필요는 없고, 사용되지 못한다.

범죄의 종류는 생각 이상 다양하다. 살인이나 강도, 방화나 테러와 같은 범죄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범죄들이며 대부분의 경우 범죄자를 검거한다 (2015년 우리나라 전체 범죄 검거율 74.9%). 고도의 지능화되고 흉악한 범죄의 경우 프로파일링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러한 범죄들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수의 일반 범죄는 미디어에 의해 드러나지 않을 뿐). 국내 프로파일러의 수 또한 이러한 다수의 일반범죄를 다루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2015년 기준 전국 26명)이며, 지역별로 프로파일러가 없는 경우도 존재해 이러한 분석 방법 자체가 사용될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프로파일링이 모든 범죄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프로파일링이 범죄 수사에서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프로파일링 자체가 답이 될 수는 없다. '프로파일(profile)'이라는 단어를 다시 상기시켜 보아도, 어떠한 것에 대한 '개요' 그 이상 나타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파일링은 추상적이고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일반적인 프로파일링을 살펴보면, 어찌 보면 추상적이기도 하고 혹은 종종 편견으로 가득 차 보이기도 한다. 성별이나 연령 등에 관련한 인구 사회학적 특성에 대한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경우 물론 다양한 분석을 통해 나타나게 된 분석 결과인 경우가 많지만, 그와 동시에 의문이 들게도 한다. '그렇다면 유사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 잠재적 용의자가 되는 것인가?'



*관련 글: 연쇄살인범 잡는 프로파일링 (브런치 매거진 '범인은 이안에도 있다')




이전 07화 DNA와 지문의 싸움, 과학수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