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서 데시벨 영화 시사회를 하는 영상이 떴다.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출연진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래원, 이종석, 차은우, 박병은, 정상훈 배우들이 영화홍보를 한다. 멋있고 잘생긴 배우들이 나오니 영화를 안 볼 이유가 없다.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까. 20대 때만 해도 판타지 위주의 화려한 액션과 영상물을 1순위로 영화를 선택해 주로 봤다면 지금은 출연진을 먼저 본다. 배우가 맘에 안 들면 보통은 그냥 스킵한다. 왜 그런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한 남자를 너무 오래 만나서? 다른 남자에 대한 환상 때문에? 어쨌든 이제는 멋지고 잘생긴 배우들, 예쁜 여배우까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다. 판타지 액션도 좋지만 로맨스를 더 선호한다. 나이가 들더니 취향까지도 바뀌나 보다.
데시벨 영화의 출연진들은 합격. 이제 스토리를 볼 차례다.
물이 끓는 주전자 소리, 창문 여는 소리,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소리… 잠시 후, 거대한 굉음과 함께 단독 주택이 폭발했다는 뉴스 속보가 전해진다. 그리고, 뉴스를 지켜보던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에게 걸려온 전화 “소음이 커지면 터집니다. 다음 타깃은 축구 경기장이에요” 사태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관중들로 가득 찬 축구 경기장을 다음 테러의 타깃으로 지목하는 폭탄 설계자(이종석)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의 위협은 계속되고, 사상 최대의 도심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모든 비밀을 손에 쥔 폭탄 설계자를 찾아야만 하는데…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오늘 반드시 이 폭발을 막아야만 한다!
어라, 스토리도 맘에 드네. 내가 좋아하는 액션물이다. 곧바로 시리즈온에 들어가서 쿠폰결제를 했다.
평화로운 잠수함에서의 대화가 이어지고, 잠깐 딴짓하는 사이에 폭탄테러가 났다. ‘이게 뭐지? 어떻게 된 거야?’ 하는 순간 곧바로 과거 이야기가 나왔다. 깊은 바닷속 잠수함에서 사고로 인해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태풍으로 구출까지 지연되는 상황에서 부함장인 김래원은 다 같이 죽을지 반을 살릴지 결정하기에 이른다. 결국 찬반투표를 통해 끈 길이로 죽을지 살지를 결정하여 반은 죽고, 반은 산다. 이종석의 동생 차은우는 결국 죽음이 결정되었고, 이종석은 끈을 바꾸려고 하지만 김래원은 못하게 막는다. 그렇게 동생을 잃은 이종석은 1년 뒤 폭탄테러를 감행하게 된다. 살아남은 자들과 김래원 가족들을 죽이고 위협하는 과정에서 왜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됐는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이버 영화정보에는 폭탄테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지만 난 폭탄테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잠수함에서의 상황이 더 인상 깊었다. 죽음을 끈 하나로 결정 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 걸까. 그렇다고 다 같이 죽는 것 또한 무모한 짓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정말 답답하다. 내가 김래원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다 같이 죽는 게 맞는 걸까. 반이라도 살아서 돌아가는 게 맞는 걸까. 부함장의 임무가 한 명이라도 살아서 돌아가는 게 목표라면 김래원의 선택은 옳은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짧은 끈을 뽑아서 지금 당장 죽어야 한다면? 그것만큼 두렵고 억울하고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김래원의 후회처럼 형이 동생을 살릴 수 있도록 끈을 바꾸게 허락했더라면 폭탄테러까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
아들과 함께 축구경기장에서 관람을 하고 있던 정상훈은 우연히 폭탄테러사실을 알게 되고 김래원과 함께하여 폭탄테러를 막는다. 정상훈 연기는 대부분 코믹해서 영화에 한층 재미를 더 했다. 소리가 커지면 폭탄이 터진다는 걸 알고 시간을 끌어달라던 김래원의 말에, 축구장에서 웃통을 까고 난동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 생중계되는 장면은 처음부터 너무 웃겼다. 중간중간 한 번씩 빵 터지게 웃기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스토리가 끝나갈 무렵, 온몸에 폭탄을 안고 있는 김래원 딸 옆에는 정상훈이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아이의 옆에 있는 정상훈의 모습은 강한 부성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내가 엄마라고 해도 폭탄이 터져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른 아이를 목숨 걸고 지킬 수 있을까?
잠수함에서 동생을 잃은 이종석. 그의 인생도 참 기구하다. 눈앞에서 동생은 죽고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 얼마나 무섭고 마음 아팠을까. 폭탄테러가 답은 아니지만 그만큼 억울하고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가족을 잃는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내 가족이 그렇게 죽었다면 폭탄테러까진 못하더라도 1인 시위를 매일 할지도 모르겠다. 이종석은 원래부터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신과의사 앞에서 연기를 하는 장면이나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정말 감탄을 자아냈다. 이래서 내가 이종석을 좋아하지. 영화에 빠져들게 하니까.
이 영화처럼 인생에는 선택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결정하기 어려운 것 천지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결정해야 하고, 돌잔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며, 아이가 크면 사교육은 언제부터 시킬지, 영어유치원을 보낼지 일반유치원을 보낼지, 어떤 책을 사줘야 할지, 학습은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모든 삶이 선택으로 이루어졌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인데 결정하기 어려운 것들. 많이 고민하고 알아보고 선택하는 이러한 과정들이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인데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서 아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해줄 수 없는 일들로 인해서 미안함 투성이다. 또한 열심히 해줬는데 그만큼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또한 불안하다.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극단적인 일도 아닌데 우리는 이런 사소한 선택들조차 불안을 느끼며 결정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결국 아이가 아닌 엄마인 나 자신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생기는 힘든 선택들인 거다. 그래도 엄마인 나는 아이를 위해서 오늘도 선택을 해야 한다. 언제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모르는 이 막막한 현실 앞에서 무엇이 먼저인지 생각을 해본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아이를 채근하며 오늘을 달릴 것인가. 현재 사랑스러운 아이와 그저 행복한 추억만을 쌓을 것인가. 결국 이 또한 답은 없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후회는 남는다. 후회가 덜 남는 쪽으로 결정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