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시타빈+도세탁셀 항암 부작용
오전에 케모포트 시술을 받고 오후 4시에 항암치료 처방이 내려졌다. 손바닥 크기도 되지 않는 작은 팩에 투명한 약이 들어 있었다. '케모(CHEMO)'라고 쓰인 빨간딱지가 붙은 링거팩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저 작은 약을 90분 동안 맞아야 한다. 이 약을 맞고 며칠 지나면 탈색머리가 낙엽처럼 빠지게 될 것이다.
혈관조영실에서 달고 나온 줄에 항암제가 간단히 연결되는 것은 신세계였다. 이렇게 간단하고 편한 것이었으면 작년 항암 치료 전에 내가 먼저 케모포트 심어달라고 할걸 그랬다. 첫 항암제를 맞는 동안엔 쇼크나 발진 등 어떠한 응급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90분의 투약 끝에 퇴원이 결정되었다. 5일간 밀려 어렵게 입원한 것 치고는 너무나 간단한 1박 2일의 병원 생활이었다. 항암제 부작용이 오기 전에 빨리 집에 가려는데 핸들을 돌리고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케모포트가 들어간 목 부분이 너무 아파서 속력을 낼 수 없었다. 시술 후 일주일은 계속 통증에 시달렸다.
젬시타빈 투약 후 딱 3일 만에 손등부터 발진이 올라왔다. 가려움증도 심했다. 수포가 올라오는 족족 긁었더니 심한 아토피 피부처럼 각질과 피딱지가 앉았다. 발진은 팔뚝을 거쳐 다리까지 퍼졌다. 면역이 떨어진다는 신호였다. 며칠이 지나도 가려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7일 뒤 젬시타빈과 도세탁셀을 처음 맞는 날까지도 가려움은 계속되었다.
예약 시간에 맞춰 항암 낮병동에 침상을 배정받고 케모포트에 바늘을 연결했다.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등 부작용 방지약을 먼저 맞은 뒤 도세탁셀이 연결되었다. 부작용이 많은 독한 항암제였기 때문에 첫 투약은 아주 천천히 이루어졌다. 위험한 약이라고 하니 괜히 겁이 났다.
AI 항암제(아드리아마이신+이포스파마이드)도 한꺼번에 이겨낸 몸인지라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젬시타빈까지 총 4시간에 걸친 1차 항암이 끝이 났다. 입원 없이 당일 내원해서 약 맞고 집에 가는 게 참 좋았다. 이렇게 다섯 번만 더 하면 다시 항암 졸업을 하게 된다.
도세탁셀 항암이 끝나고 24시간 후부터 5일 간 배에 면역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 하나 때문에 매일같이 병원에 올 수가 없어 집에서 자가 주사를 하기로 했다.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하다가 그냥 내가 주사를 놓기로 했다. 걱정이 무색하게 두꺼운 뱃가죽은 주삿바늘이 꽂혀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도세탁셀 항암 후 정확히 5일 뒤에 입질이 시작되었다. 그날따라 늦잠을 잤는데 눈을 떠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다. 11시까지 누워있다가 양치라도 해야겠다 일어나다가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그 상태로 다음 날까지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있어야 했다. 누워서 꼬박 이틀을 보내고 나니 온몸이 쑤셔왔다. 젬시타빈+도세탁셀 항암의 가장 큰 부작용은 근육통이었는데 누워서 뒤척이기만 해도 뼈마디가 모두 아팠다. 하루 종일 잠을 자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부작용이 시작되고 3일째 되던 날, 이렇게 집 안에만 가만히 누워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강변 공원으로 나갔다. 운동삼아 걸어보려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눈앞에 별이 반짝여서 공원 벤치에 누워버렸다. 그냥 순리(?)에 몸을 맡기고 다시 기운이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계속 누워만 있었다.
근육통에 익숙해지니 이번엔 설사병이 찾아왔다. 하루에 7~8번씩 화장실에 앉아 있어야 했다. 뭐라도 먹으면 바로 배가 아팠고 나중에는 음식 냄새만 맡아도 배가 아파왔다. 작년엔 변비 이번엔 설사, 항암 부작용엔 중간이란 없다. 별 성과 없이 화장실에 앉아 배를 움켜쥐는 와중에도 변비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1차 항암이 끝나고 언제부턴가 오른쪽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안과를 찾아갔다. 눈에 뭔가 박힌 것처럼 따가웠다. 내 눈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의사 선생님은 박힌 게 아니라 눈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항암약이 점막을 손상시켜 급성 결막염이 생겼다는 소견이었다. 자연스레 나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안약을 처방해 주었다. 양쪽 눈 모두 결막염이 생기고 설사와 근육통으로 밤잠을 설쳐도 좋으니 열 때문에 응급실 가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