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019 사랑의 정의

그대 아름다운 이름이여!

by 랑세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글귀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즉 자비롭고 따뜻한 본능적 감정을 말한다. 어느 날 사람들이 우물가에 앉아 있었는데,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가 우물 쏙으로 빠지려 하자, 사람들이 놀라 달려가 아이를 구해냈다고 한다. 그것은 아이의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물론 누군가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도 아닌,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품고 있는 '마음' 때문이었다. 맹자는 이 마음을 '측은지심'이라 했다. 나는 그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그런 반사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을까. 사랑은 그런 것이다. 계산도, 조건도 없이 튀어나오는 마음, 그렇게 우리는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품고, 지키고, 아끼며 살아간다.


성경에서도 사랑을 이야기한다. 고린도 전서 13장의 말씀은 너무도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암송하고 필사하기도 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 전서 13장 4~7절>

이 구절의 이 장은, 사랑에 대한 가장 순수하고 숭고한 정의를 담고 있다. 나는 이 말씀 속에 사랑의 근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참는 것, 온유한 것,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타인을 품는 것, 사랑은 그렇게 깊고, 넓다.


그러나 사랑은 사람에 대해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는 책을 사랑한다. 어릴 적부터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때는 책을 소유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고, 그저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고 하면 어떻게든 빌려 읽는 것이 최선이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설레던 시절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월간지나 시집, 소설책을 사기도 했고, 때론 전집을 월부로 구입하기도 했다. 단칸방 한편에 책을 쌓아놓고 뿌듯해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사를 할 때마다 책은 짐이 되었고, 결국 가장 먼저 줄여야 할 것이 되었다. 세계문학전집, 한국단편소설전집, 대백과사전 같은 책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마다 마음 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사람이 먼저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작은 서재도 생기고, 책을 구입할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전자책이 대세가 된 지금, 그래도 나는 여전히 종이책을 사랑한다. 몇 권 남은 책을 서가에 꽂아두고 틈날 때마다 들춰보며 위안을 얻는다. 그건 분명 사랑이다.


내가 또 하나 사랑하는 것은 글쓰기다. 최근 들어 더 애착을 갖게 되었고, 더 잘 써보려고 애쓰고 있다. 글을 쓰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글쓰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다가가려 하면 자꾸만 멀어지고, 아무리 잘 써보려고 해도 어딘가 미흡하다. 다듬고 또 다듬어도, 멀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쓰기를 사랑한다. 그 사랑은 내가 추구하고 싶은 것, 닿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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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깊은 사랑이 있다. 바로 내 아내를 향한 사랑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어떻게 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사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근 50년을 함께 살아오며 다투고, 미워하고, 이해하고, 웃으며 가꾸어온 사랑이다. 어떤 정의로도 다 담을 수 없는, 너무도 뚜렷하지만 표현하기엔 부족한, 애틋하고 진실된 사랑이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만큼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누구의 사랑이 더 크고, 누구의 사랑이 부족하다는 기준은 없다. 각자의 삶만큼, 각자의 사랑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정의는 모두가 품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자식을 향한 사랑을 말하고, 어떤 이는 반려 동물, 자연, 예술, 또는 조용한 일상 속의 무엇인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각자의 사랑은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것이 삶의 본질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의 정의는 단 하나일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구나 그 정의를 마음속에 하나씩은 있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결국 사람의 본능이자 삶의 가장 아름다운 발로이다.


아, 사랑이여, 그대 아름다운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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