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021 독서의 즐거움

간서치의 마음으로 읽다.

by 랑세

책과 처음 만난 날들

독서는 숩관이자,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훈련이다.

1960년대, 초등학교에 도서관이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5학년이 되던 해, 한 교실이 도서실로 바뀌었다. 벽면에 서가가 들어서고, 알록달록한 동화책과 그림책이 가지런히 놓였다.


방화 후 종이 울리면 우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 교실로 달려갔다. 책을 꺼내 펼칠 때의 설렘, 책장 넘기는 소리, 종이 냄새, 어린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이야기 속 세계만이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긴 시간 자체였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는 '도서반'에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고, 사서 선생님 일을 거들었다. 그러다 틈이 나면 나를 기다리던 책과 마주 앉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여전히 도서반이었다.


책을 좋아했지만, 그 시절 책을 사는 일은 사치였다. 먹고사는 것이 더 시급한 세상이었으니, 도서관은 내가 책과 이어지는 유일한 다리였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곧 독서라는 훈련이 되었다.


간서치, 책에 미친 바보

조선 정조 시대, 책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 책에 미친 바보)'라 부른 이가 있었다. 이덕무 선생이다. 자신을 간서치라 하고 간서치 전을 직접 썼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오로지 책만 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 추위나 더위, 배고픔이나 아픈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21살까지 하루도 손에서 고서를 놓지 않았다. 그의 방이 작아서 해의 방향을 따라 창 앞에 쭈그리고 앉아 글을 읽었고, 생전 못 보던 책을 보면 기뻐서 웃고, 두보의 시를 암송하면서 웅얼거리다, 심오한 뜻을 깨우치게 되면 기뻐서 일어나 왔다 갔다 걸어 다니면 갈까마귀처럼 우짖는 듯 소리를 질어댔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책 읽는 즐거움이란 바로 저런 것이구나."

책을 읽는 즐거움이 이 정도면 누가 뭐라고 해도 간서치라고 칭해도 기쁘게 받아들일 일이 아닐까 한다.'

서가 책.jpg

중앙도서관의 오후

은퇴 후, 나의 도서관 나들이는 더욱 잦아졌다. 누군가는 등산을 하고, 누군가는 골프를 즐기지만, 나는 책과 함께하는 쪽을 택했다.


그중에서도 국립중앙도서관은 장서와 시설면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보물창고다. 점심을 먹고 회원증을 태그 하면, 곧장 2층 문학실로 향한다. 오픈 서가에는 근대문학에서부터 최신작까지 표지마다 다른 빛깔의 세계가 나를 기다린다.


책을 고르면, 나는 의자에 앉아 시간의 강 위에 몸을 띄운 듯 책 속에 잠긴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만약 이덕무 선생이 이곳을 방문한다면?"

아마 세상을 떠난 천상병 시인처럼, 해맑고 투명한 웃음을 짓지 않을까?

수많은 장서를 보고는 만족한 웃음을 띠면서 '아! 세상에 소풍 온 것처럼 좋다.'하지 않을까?


책이 주는 시간

책은 우리를 가보지 않은 길로 데려다주고 세상의 결을 더 깊이 느끼게 한다. 위대한 이들이 독서에 대해 수많은 명언을 남긴 것도 그 때문이리라.

은퇴 이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그 길 위에서 독서는 평생 교육의 한 축이 되어 삶을 단단히 지탱한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때로는 생의 방향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준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욱 의식적으로 책과 가까이해야 한다. 읽는 습관과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독성의 즐거움을 오래도록 누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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