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판별하는 기준

by 랜덤초이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추천 로직 덕분에 최근 재미있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용인에 위치한 유명 놀이공원의 놀이기구 탑승 대기고객 앞에서 한 직원 분이 율동과 함께 랩인지 타령인지 모를 노래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흥겨운 리듬과 경쾌한 몸놀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에 가려진 직원분의 표정에는 왠지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약간 언발란스해 보이는 상황이 재밌게 느껴졌다.


"... 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신발 젖습니다. 양말까지 젖습니다."

" 옷, 머리, 신발, 양말 다다 젖습니다...."


독특한 가사를 아무렇지 않게 덤덤히 리듬에 맞춰 전달하는 모습이 얼마나 재밌는지 묘한 중독성 때문에 몇 번을 반복해 보았고 그러다 보니 다른 연관 추천 영상으로 손이 갔다.


추천 영상을 자꾸 보다 보니 영상 속의 직원이 '소울리스좌(Soulless座)'라는 별명을 얻었고 유명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할 정도로 유명해진 것도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전개라 생각하며 그분의 인터뷰 영상을 봤는데 그녀는 자신의 별명에 만족해 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한마디 보탰다.


"제가 영혼이 없어 보인다는데 ... 영혼이 없어 보인다고 제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아닌데..."

라는 말이었다.


아주 간단한 말이지만 젊은 그 친구의 말은 내 머리를 '띵~~' 하게 만들었고, 나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사실 어떤 일을 할 때 "진심을 담아 일해라.", "영혼을 담아 일해라"라는 따위의 말들을 하고는 하지만 영혼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는게 꼭 바람직한 결과와 등치(等値)하여 볼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혼이 없어 보인다는 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그 직원의 항변이 새삼스럽기는 했지만, 그 친구가 일하는 모습을 본 나로서는 그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내가 보아도 그분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고 그 놀이기구 앞의 대기손님들이 충분히 그분의 수고와 노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봤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어떤 초밥의 달인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동작으로 대충 밥을 손에 쥐어도 같은 모양과 무게의 밥을 쥐고, 어떤 페인트 도색의 달인은 눈대중으로 대충 그린 그림이 판으로 찍어낸 듯 동일하다.

특별히 그 동작이 섬세하고 진중하거나 별다른 준비 동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에 필요한 만큼의 동작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일해왔을지를 짐작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실력을 판단하는 건 지금 보이는 노력 때문이 아니라 지금 보여주는 성과로 판단되는 게 정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결과로 보여주는 성과보다 당장 눈앞에서 보이는 노력하는 자세에 더욱 무게를 두어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출근이 빠르거나 야근을 늦게까지 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증빙처럼 사용되는데 익숙해진 것 같다.


물론 다른 판단 기준으로는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면 그런 모습을 보조적 평가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어떤 사람들은 보이는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는 관행을 알게 모르게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들은 성과와 전혀 연계되지 않는 일, 심지어 스스로조차 성과로 연계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면서도 그저 바쁘고 분주하게 행동한다.

개인이 그렇게 행동하는 거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어느 조직장은 자기 조직의 노력을 어필해서 보여주기 위해 분주해 보이는 활동에만 적극적인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그 과정에서의 폐해는 해당 조직을 넘어 다른 조직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니까 최선을 다한다는 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노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성과에 따라 인정되는 게 당연한 조직이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현혹하는 가식적인 모습과 분주함이 아니라 진짜로 노력해서 갖게 된 가치와 성과로 평가되는 그런 모습 말이다.


놀이동산의 직원은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전달하면 되고, 초밥을 만드시는 분은 빠르고 맛있게 초밥을 만들어주면 되고, 페인트를 칠하시는 분도 깨끗하고 깔끔하게 그려주시면 그들의 일의 가치가 인정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최근 소울리스좌가 유명해지면서 해당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다른 분들의 영상도 다시 조명되고 근무자 분의 특징을 잡은 별명이 하나 둘 만들어져 알려지고 있다.

자신의 노력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성과를 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수고도 어떻게든 조명되고 평가받는 것 같아 보기 좋은 현상으로 느껴진다.


내가 감명 깊게 본 인생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서 주인공인 한자와는 신념에 대해 묻는 후배 사원에게 그가 조직과 세상에 바라는 세 가지 신념을 이야기한다.

그중 마지막 세 번째 신념이 바로 '늘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안에서 우연히 보게된 누군가의 모습에서 마치 TV 속 '생활의 달인'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다니 이런 것도 거대한 플랫폼의 힘인가 싶고, 이런 관심을 계기로 주목받지 않았지만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 온 사람들의 존재가 조명받는 사례가 만들어진 것 같아 긍정적이란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노출되고 가치를 인정받아 가는 사례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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