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만 지하철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제압한 한 청년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
얼굴에 자상(刺傷)을 입고 뼈가 부러질 정도의 부상을 입으면서도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범인의 손을 붙잡은 체 놓지 않았던 청년은
용감한 시민으로 표창받는 자리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대체 무슨 뜻일까 어리둥절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힘멜'은 인기 애니메이션 '장송의 프리렌'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인 엘프족 마법사 프리렌의 동료로서 마법사 프리렌, 성직자 하이터, 전사 아이젠과 함께 마왕을 쓰러뜨린 용사이다.
용감한 청년의 독특한 소감은 언론에서 관심 갖기 충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오타쿠가 애니의 주인공을 흉내 내어 용감하게 선행을 했다는 내용이 주였고, 어떤 매체는 평소 부정적 이미지로 소개되는 오타쿠에 대한 선입견이 벗겨지는 기회가 되었다고 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언론이 전한 이야기만 접했다면 나 역시 그렇게 딱 그 정도 수준으로 생각하고 말았을 뻔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장송의 프리렌'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니 그와 다른 느낌도 들었다.
사실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등장하는 작품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두루두루 존재한다. 그리고 장르를 애니메이션에 한정하더라도 '장송의 프리렌'보다는 다른 작품들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활약이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오히려 '장송의 프리렌'속 용사 힘멜은 1화에서 이미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했고,
2화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회상 씬에서만 잠깐씩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지하철의 용감한 청년이 자신이 실천한 의로운 행동의 동기를 '힘멜'에게서 찾은 것은 '힘멜'이 보여준 평생 동안의 실천의지와 작중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된다.
'힘멜'은 인간이기에 엘프인 주인공 프리렌과 달리 훨씬 짧은 삶을 살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가 생각하는 가치를 실천하고 그 의지를 남들에게 전하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런 모습은 프리렌의 스승 '플람메'에게서도 볼 수 있는데, 역시 인간인 '플람메'도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 이루지 못할 꿈을 후대에 남기려 제자를 기르고 시스템을 갖추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번뿐인 인생이지만 자신만을 위해서 살기보다는 자신의 꿈과 가치를 실현하고 남겨서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실재의 현실 속 인물에게서는 얻기 힘든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대만의 청년이 단지 만화의 대사를 이야기했다는 점보다는
작품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며 노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보여준 리더 힘멜의 모습이 좀 더 부각되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움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도 늘 긍정적이며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힘멜 같은 실존인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애니메이션을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가 흔히 보고 듣는 생활 속에도 존경할 수 있고 닮고 싶은 그런 존재가 많아지면 하는 마음이다.
과연 현실 속에는 본받을 만한 사람을 만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것인가?
勇者ヒンメルならそうしたってことだ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