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퇴근 길에 자주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 중에 '지식 브런치'라는 채널이 있다.
진행자가 역사와 인문 영역의 갖가지 지식정보를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알려주는 채널인데, 비슷한 소재로 운영되는 '지식 해적단'과 함께 몇 달 전부터 즐겨보고 있는 채널이다.
처음 지식 관련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는 내용이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고, 원래 즐겨보던 TV 예능 short form 콘텐츠에 비해 텐션도 떨어지고 해서 이런 순한 맛 콘텐츠를 누가 보나 싶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식 관련 콘텐츠가 내게 자주 추천되고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이런 종류의 콘텐츠에 익숙해져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나에게 뭐가 부족한지를 유튜브가 알아서 추천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다.
며칠 전 지식 브런치에 새로 올라온 콘텐츠는 재밌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가짜 뉴스에 쉽게 빠져들까? 진실보다 믿음이 중요한 Post truth 시대'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대강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2016년 미국 대선을 예로 선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가짜 뉴스에 대해 설명하고, 사람들이 그런 가짜 뉴스에 쉽게 현혹되는 이유를 설명한 내용이었다.
주된 이유로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고, 사람들이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니 '인지적 게으름'이 작동해서 새로운 팩트에 대해 고민해서 판단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에 긍정하여 생각하던 경향에 맞춰 쉽게 믿게 된다는 것이었다.
'인지적 게으름'이란 게 이처럼 사람들이 새로운 걸 붙잡고 어렵게 쩔쩔매기보다는 기존의 의견이나 생각에 안주하기 손쉬운 쪽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본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함께 어울리는 집단 속에서 정보를 만들어 소비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유통하면서 특정 집단이 갖고 있는 확증 편향이 강화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영상은 전북 선거관리위원회 협조로 제작된 내용이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현재 시점에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위한 자세를 당부하는 것으로 콘텐츠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우선 가짜 뉴스인지 의심되는 기사는 뉴스의 출처가 분명한 곳인지 확인하자.
그리고 내 뇌가 게을러진 것은 아닌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내 뇌가 도구로 쓰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금 정성 들여 생각해보자라는 것이었다.
이런 자세는 비단 정치적 여론이 형성되는 뉴스의 수용 과정에서 뿐 아니라 회사 조직 내의 의사결정 과정 속에서도 꼭 필요한 자세라고 볼 수 있다.
흔히 CEO에게 보고하는 보고서는 대부분 철저히 분석한 fact를 바탕으로 논리적 인과관계를 검증하여 정성껏 쓰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의 CEO 보고는 조직의 관성과 관행에 의존하여 필요한 검증을 생략한 체 내용이 정리되기도 한다는 점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결과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위에 요구되는 현명한 유권자의 자세가 회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듯 싶다.
먼저 보고자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신이 부족한 판단을 갖고 보고서의 내용을 구성하려다 보니 설득의 어려움을 걱정하여 논쟁이 될 수 있는 정보는 감추고 제한된 사실 만을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 CEO에게 챌린지 당할 만한 논쟁거리는 일부러 숨기는 경향이다.
또 CEO가 인지적 게으름의 상태라서 보고 내용에 대한 이해가 어려우니 쉽고 간략한 내용만을 찾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정보로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보고자나 의사결정권자 그게 누구이든 이미 의도를 갖고 상대방을 활용하려는 경우가 그것이다.
가짜 뉴스에 대한 해법으로 "유권자"에게 현명한 자세가 요구되듯, 마찬가지로 회사 조직에서도 보고서를 통해 좋은 의사결정이 이뤄지려면 보고를 받고 판단하는 "의사결정권자"가 좀 더 현명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너무 많은 보고를 받아야 하는 회사의 의사결정권자가 모든 보고를 집중하여 생각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어렵고 가혹한 부담되는 일이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유권자 역시 그 수많은 정보 속에서 참과 거짓을 구분해서 좋은 판단을 요구받듯이 회사 조직이라는 시스템 안에서도 개개의 보고자에게 자정적 역할과 책임을 기대하기 어려우니까 역시 수요자인 의사결정권자가 더 큰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현명한 국민은 가짜 뉴스 속에서도 옳은 판단을 찾으려 하고, 현명한 CEO는 가짜 보고서에 속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