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相關)과 인과(因果)

by 랜덤초이

회사 조직에서는 조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한 동기 부여의 수단으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다.

우수한 성과를 낸 사람을 선별하여 포상함으로써 수상(受賞)한 직원의 성과를 격려하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저런 포상을 받고 싶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일하게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조직원들이 향상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그 긍정적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는 인센티브로서 주어진 포상의 결과가 의도한 성과로 귀결되지 않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수상한 사람은 기분이 좋아도 다른 사람들은 포상의 결과를 보고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실망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대표적인 이유는 아마도 포상 근거와 실제 성과 사이에서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못할 때 발생하게 된다.

A팀이 뭔가 새로운 신상품을 출시했는데, 그 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 포상이 이뤄진다던가, B팀이 새롭게 수주에 성공했는데 그 결과로 회사의 수익이 좋아졌는가 하는 부분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기 힘들게 마련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인과 관계는 증명되지 않고 상관관계만 있는 경우에 이뤄지는 포상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예를 들어 C팀에서는 여름 시즌을 맞이해서 판촉용 우산을 만들었다. 회사의 주력 상품인 에어컨을 판매하면서 우산을 함께 나눠줬는데, 마침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되었고 판촉용 우산도 모자라는 지경에 이르렀다. 판촉 프로모션의 성과를 분석하면서 우산 제공으로 에어컨이 많이 팔렸다고 성과를 제시한다면 수긍할 수 있을까?


비슷한 사례로 예전에 TV 뉴스에서는 로또 당첨자와 관련된 가십성 기사가 방송된 적 있었다.

“… 여러분 앞으로 로또를 구매하실 때는 토요일에 구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로또 운영 업무를 대행하는 OO은행에 따르면 역대 당첨자의 절반 가까이가 토요일에 로또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이런 뉴스를 듣고 진짜로 로또는 토요일에 구매해서 당첨확률을 높여야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로또 당첨자 수가 요일에 따라 분포의 차이가 있다는 점은 두 지표 간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요일에 따라 당첨확률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작 토요일에 로또 구매한 사람 중에 로또 당첨자가 많은 이유는 토요일에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이 다른 요일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니 말이다.


합리적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아도 토요일에 로또를 사려는 마음을 가지는 건 크게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어차피 언제 사더라도 투자비용 대비 기대 이익은 같으니까 말이다. 아마 대부분은 언제 사든 꽝일 테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는 인센티브 포상 제도의 운영은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인과관계가 없어도 적당히 끼워 맞춰서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면 포상을 받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보고 진심으로 일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여서 상관관계를 주장하는 경우만 늘어나게 될 테니 더욱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노력하기보다는 적당히 꾸미는 것이 쉬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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