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 인간적 거리두기
'신념화된 의식이 변화를 일으키려면 그만한 강도의 체험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 태백산맥1 p.266 >
당황하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담대하게 뉴스를 보기로 마음먹지만 어제도, 오늘도 실패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의 '정신 승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 가까이에 도착했으니깐. 확진자 수가 오늘도 무섭게 올라가고 있고, 이성을 잃은 확진자들의 행동과 탈출까지... 내가 살아온 나라가 대한민국인건지도 의심스러운 장면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린 가족 간의 가끔씩 만남도 미루고 있다. 여름휴가도 집, 얼마 전 고모 딸의 결혼식에도 엄마 1인만 어쩔 수 없는 참석(안 갈려던 것을 어쩔 수 없이), 아빠의 불참에 고모는 전화로 한참을 화내시고... 여하튼 유별난 집안이다. 난 정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에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거다. 거기다 아무리 내가 그 날 광화문에 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교일지라도, 입주민 중에 확진자가 생기고, 집과 가게만 지키던 부모님 옆 동네에는 집단 감염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내 옆으로 오는 것이 전염병이다. 이런 전염병의 특성상 내 가족, 나의 친구들, 나와 친한 주변의 사람을 걱정하고, 뉴스를 전했던 나였다.
"나의 오지랖은 오늘로 그만 정리하겠습니다."
가족 공동체는 어찌할 수 없지만, 타인의 의식 변화는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방역이라는 건 나 혼자 지키는 게 아니니 동참하자는 거였지만 이번 기회에 많은 걸 느꼈다. 나 이외에는 유부로서 가족들 챙기느라 바쁜 줄 알았지만, 의외로 더 여유로웠다. 광화문 관련 뉴스를 말하는 나에게 "오늘 놀러 올래?"라며 만남을 이야기하는 친구, 관광지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 친구,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친구까지...
같은 시기,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낀 시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위험하다는 건, 책으로만 배운 연애 같다고나 할까? 다들 위험은 하지만, 나의 일이 아닌 남의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모르고, 나 혼자 떠들었으니, 좀 안다고 잘난 척 아님 유별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낀 '현타', 현실 자각 타임을 이번 주 많이 느끼고 있다.
다들 결혼 후 가정을 이룬 안정감이 커서인지, 아님 내가 혼자라서 위험 상황에 대한 감수성이 지나치게 높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모두가 각자 이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길. 누구에게도 피해를 받고 싶지도 않고, 주고 싶지도 않다는 내 마음이 그 누구와도 맞지 않는 '모난 돌'이었다.
"어른이란 가능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것" by 배우 예수정님의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