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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Jun 10. 2018

여행, 일상을 떠난다는 것의 의미

2018년 4월, 10년만에 혼자 떠나는 유럽여행

"그래, 4월엔 무조건 떠난다."

"회사는 어쩌고? 일정 조정 되겠어?"

"몰라. 무조건 갈꺼야. 못가게 하면 싸워야지."


잉? 싸우다니. 다 큰 성인이 여행가는데 싸울만큼 갈등이 있나 싶지만 자잘하게는 회사관련한 일들, 사람들, 크게는 가장 완고한 내 자신과 싸워야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작년 가을 무렵부터 일적으로, 일 외적으로도 참으로 신경쓰이는 일이 많았다. 탈모가 왔으면 왔지, 흰머리가 나지 않는 우리집 유전적 형질을 보아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정수리 쪽 흰머리(제발 세치이길)가 몇 가닥씩 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연스런 노화의 징후일지도 모르는 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너무나 대수로웠다. 실제로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물으면 '장사 하루이틀 하냐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는데,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10년만의 셀프포상 휴가를 유럽으로


작년부로 나는 이제 돈벌이로써의 '회사생활'에 대해 인정하고, 더이상 이 일이 나의 임시직(temporary job)이라는 생각을 거뒀다. 그래서 '유럽여행'을 결심하게 됐다. 유럽여행이 뭐길래?란 의문이 들수도 있지만 나에게 유럽여행은 10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시간과 긴 휴가가 필요하며, 비행기 값이 비싼 지역으로의 여행 그 이상을 의미한다. 원하는 꿈을 성취하고 그 후에 스스로에게 보상하는 의미의 '유럽여행'을 오랫동안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꿈을 포기했고, 플랜B를 선택한 삶에 수긍했다. 그래도 ‘아차상’의 느낌으로 유럽여행을 보내주고 싶었다. 미스코리아 대회로 따지면 ‘우정상’같은 거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추억은 어찌되었든 아름다웠다. 최선을 다했자나? 애썼네 쩝!의 느낌.대학시절 여행을 했었던 유럽을 10년만에 다시 밟게 된 경위다.   


여행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경우는 지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로서의 의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모색’의 동기가 훨씬 더 앞섰다. 꿈 근처에도 못가봤으니 언저리에서 방황하는 일은 관두고,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게 플랜B의 인생으로 살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재미있고 알차게(참 알찬거 좋아한다)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들었다. 사람들을 둘러봐도, 책을 읽어봐도, 유명한 강의를 찾아들어도 좋은 예시(sample)는 있지만 나에게 적용하기는 조금씩 애매했다.


어찌보면 여행은 거래다. 수익률이 정해지지 않은 투자 같은 것.

일반적으로 직장인이라면 여행에 들어가는 돈(aka 매달 신용카드빚), 시간 그리고 심신의 에너지를 여행과 거래한다. 거래관계로 보면 여행이 마냥 힐링(Healing)의 의미만 갖고 있진 않다. 그러니 여행에 꽤나 큰 의미을 부여할 수 밖에. 나도 다르지 않았다. 다녀오면 세상 해야할 일도 많고, 그런 종류의 일들은 대부분 답도 없는 것들이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니, 밥벌이 고민 뿐만 아니라 부여된 인생과제들도 한 두개씩은 해결해야 할 것같고. 물론 개중에는 스킵하고 넘어가도 되는 게 있고, 붙들고 악착같이 물어져야 하는 것도 뒤섞여 있지만 도무지 이 상태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럼, 여행이라도 다녀와 보자.


‘띵동’

비행기표 결제와 숙소예약이 이리도 쉽다니. 핸드폰 문자로 즉시 돈새는 지출알람이 들어왔다. 새삼 돈새는 소리가 이리도 경쾌할 수 있나 싶었다.

일이 고될수록, 사람이 힘들수록, 사랑이 마를수록 마음속의 객기는 늘어간다. 사실 객기의 발로로 시작된 소비가 ‘10년만의 유럽여행’으로 윤색되는데 약 한달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거래는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본다.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쏟을 만 했다. 앞으론 시간나는 대로 여행이야기를 정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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