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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2일 박물관 원데이패스

[DAY 6] 8월 2일 (금)

by 채숙경 Feb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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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온다. 비 오는 독일은 여름이라도 춥다. 긴 옷을 입어야 할 것 같다. 운동화도 젖으면 말리기 어렵고 냄새 나니 양말을 벗고 샌들을 신어야겠다. 그나마 오늘은 어제 구매한 드레스덴 국립박물관 원데이 패스로 왕궁, 갤러리, 박물관 등 실내 투어 위주라 다행이다.


  우산을 쓰고 먼저 들른 곳은 츠빙어 궁전이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가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바로크 양식의 여름 별장 건물로 지은 궁전으로 1728년에 완공되었다.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했다고 하지만 비교가 되지 않는다. 드레스덴의 절대권력자가 화려한 궁전을 원했나 보다.

  츠빙어 궁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손실되었지만 1963년 재건되었다. 하지만 2002년 8월 엘베강이 범람해 구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겼을 때 츠빙어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아직도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과 왕궁정원을 기대하며 갔는데 입구를 찾지 못하겠다. 공사로 막힌 벽만 보일 뿐이다. 누군가 보이길래 입구를 물어보니 공사 중이라 못 들어간단다. 대신 올드 마스터즈 갤러리를 관람하였다.


  고전 거장 회화관 위주로 둘러보았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그림과 17세기의 네덜란드 그림 등 유럽 거장들의 걸작이 소장되어 있다. 사실 그림은 잘 모른다. 고흐, 라파엘로, 렘브란트, 루벤스 등 많이 들어본 화가의 작품들은 '아~ 유명한가 보다, 잘 그렸나 보다' 하면서 살펴본다. 나도 이 작품을 직접 보았지 하면서.

  이곳의 대표 작품은 장 에티엔 리오타드의 <초콜릿 소녀>라는 작품이다. 귀족부인이 아니라 물과 코코아차를 들고 주인의 방으로 가는 하녀를 주인공으로 그린 것이 인상적이다. 옛날 드레스덴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보인다.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작품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았던 앵그르의 <오달리스크>와 오르세 미술관에서 보았던 마네의 <올랭피아>와 닮았다. 그 외에도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고야의 <옷을 벗을 마하>에도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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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안에서는 더워서 바람막이 잠바를 벗었는데 밖으로 나오니 춥다. 아침보다는 빗줄기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흐리고 부슬부슬 비가 내려 우산을 써야 한다. 밖으로 나오면 테아터플라츠, 즉 극장광장 한가운데 요한왕의 커다란 기마상과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요한왕은 독일 통일 당시 작센의 왕인데, 젬퍼를 시켜 오페라 하우스를 재건하게 하였다. 드레스덴의 오페라 하우스는 젬퍼가 설계하여 젬퍼 오퍼라고 한다.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는 19세기 독일의 저명한 건축가이자 이론가이다. 그는 건축과 장식 예술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며, 특히 건축의 기능성과 장식성을 강조했다. 대표작으로는 드레스덴 오페라 하우스(젬퍼 오퍼)와 빈의 미술사 박물관 등이 있다. 그의 저서 '건축의 네 가지 요소'는 건축 이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챗GPT가 알려주었다.

  

츠빙어 궁전 올드 마스터즈 갤러리츠빙어 궁전 올드 마스터즈 갤러리
드레스덴의 오페라하우스 젬퍼 오퍼드레스덴의 오페라하우스 젬퍼 오퍼
요한왕 기마상요한왕 기마상
드레스덴 궁전드레스덴 궁전


  츠빙어 궁전을 보지 못했지만 작센 공국의 왕족이 거주했던 드레스덴 왕궁(Residenzschloss)을 보러 가자. 드레스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화재와 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재건되었다. 지금은 다양한 보물과 무기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원데이 패스로 입장가능하나 아우구스트 2세가 수집한 진귀한 보물을 전시하고 있는 초록방은 10유로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입장 인원이 한정되어 입장 시간에 맞춰 입장가능하다. 잠시 의논을 한 끝에 이곳은 패스하기로 하였다. 얼마나 진귀한 보물인지 모르겠으나 다른 전시관에도 볼 것이 많고 이곳 말고도 오늘 가야 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린방 대신 레드방을 갔다. 강건왕 아우구스트의 집무실, 침실, 의복, 시계 등으로 그 시절 모습 그대로 궁전 내부를 재현하여 바로크 시대 화려한 궁정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했던가! 온갖 웅장한 무기와 의식용 갑옷이 전시되어 있어 중세 기사의 생활 모습도 볼 수 있다. 코인 전시실에는 그 시절부터 사용된 수많은 동전과 화폐를 전시하고 있어 그 시절 활발했던 경제활동의 모습도 알 수 있다. 궁전에서 즐겼던 놀이와 악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해 볼 수 있어 윤지와 지현언니가 즉흥 인형극을 보여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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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전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엘베강 아우구스트 다리를 건너 성안 신시가 쪽으로 가니 황금기마상이 눈에 띄었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데어 슈타르케(Friedrich August der Starke), 원조 아우구스트 1세라고 한다.

  폴란드의 국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선출권을 가진 작센의 선제후를 겸한 강건왕 아우구스트는 구시가지의 바로크 스타일 건축물과 성모교회 신축 및 츠빙어와 교외의 필니츠 궁전도 기획했다고 한다. 드레스덴 북서쪽의 마이센에 유럽 최초의 도자기 공장을 세워 도자기 예술 '마이센 도자기'가 그때 탄생했다.

  그의 유언에 따라 시신은 폴란드 크라쿠프에 심장은 드레스덴 호프 성당에 안치했다. 그의 기마상이 바라보는 방향이 폴란드라고 한다. 드레스덴 시민들은 그 동상을 너무나 소중히 여겨 제2차 세계대전 때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안전한 곳에 보관해 두었다가 1965년 다시 붙였다고 한다.


  강건왕의 기마상이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 앉아 비가 오는 공원과 멀리 엘베강을 바라보니 나름 운치가 있었다. 식당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종업원은 바쁘게 움직였다. 대낮부터 독일 사람들은 맥주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임에 틀림없다. 독일어로 된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본 후 메뉴를 정하였다. 유럽에서는 음료를 시키고 그동안 주메뉴를 주문한다더니 음료 먼저 시키겠냐고 재촉하였다. 주메뉴를 정하지 못해 잠시 기다려 달라하고 한참 후 음료와 식사를 동시에 시켰다. 서빙을 하는 아줌마는 무뚝뚝해 보였지만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할 때 10%의 팁을 주니 환하게 웃으며 식사를 맛있게 했냐며 묻는다. 아주 순수한 사람이다.  


강건왕 아우구스트강건왕 아우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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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고기로 만든 소세지라 하여 주문해 보았다.


  엘베강을 다시 건너 브륄의 테라스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비를 피해 립시우스바우 미술관(Kunsthalle im Lipsiusbau)으로 들어갔다. 고전주의 양식의 특별 전시관으로 아무 생각 없이 쭉 둘러보았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내가 이름을 붙인- 타노스의 기원이다.


  알버티눔은 옛 무기고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것으로 18세기 이후 현재까지 작품을 전시 중인 드레스덴 현대미술관이다. 화장실을 갔다 나오니 누울 수 있는 빈백 소파가 쭉 놓여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거기에 벌렁 드러누웠다.

  "와~ 편하다."

  작품 관람보다 훨씬 더 좋다. 하지만 계속 여기 누워 있을 수는 없다. 조각관, 회화관 등 다양한 작품 구경하러 입장하려는 순간 윤지 티켓이 없다고 한다. 소진언니와 윤지는 매표소가 있는 1층 메인홀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소파가 있어 편하게 쉴 수 있겠다. 더 좋은 선택인가?


  박물관과 미술관을 계속 보다 보니 작품이 너무 많아 집중력이 떨어진다. 수많은 조각작품과 회화작품을 감상하였다. 인상주의 대표 화가인 드가, 마네, 클림트, 로트렉, 모네와 고갱의 작품은 워낙 유명하여 친숙하였지만 헤르만 클뤼크너, 오스카 코코슈가,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오토 딕스, 커트 퀘르너 등 잘 모르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쭉 둘러보았다.

  그중 빌헬름 라흐니트의 <드레스덴의 죽음>이라는 작품은 드레스덴의 아픈 역사와 상처가 그림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라는 작가의 특별 전시도 있었는데, 현대 미술 작가들은 잘 몰라서 그냥 눈으로 보고만 나왔다. 나중에 살펴보니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현대 미술 작가로 드레스덴 출신이라고 한다. 미술 전공자나 미술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전시관이 될 것 같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이런 작품들은 접해 본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1층 메인홀에서 소진언니와 윤지를 다시 만났다. 넓은 홀에 있는 소파도 작품인가 보다. 거기 있는 탁구대도 작품인가? 설마 아니겠지? 소진언니와 나는 5점 내기 탁구 게임을 한 판 하고 미술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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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시우스바우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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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티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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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그쳤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성모교회(Fradenkirche)이다. 드레스덴의 랜드마크 1번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다. 건축가 게오르게 베어의 작품이다. 그는 로마나 피렌체에는 가본 적도 없는 작센의 토종 건축가였다고 한다. 그래도 멋진 원형돔을 만들고 그 위에 첨탑을 올린 멋진 교회를 만들었다. 드레스덴을 대표하는 교회라 할 만하다.

  교회의 내부로 들어가 보니 심판받는 무서운 그림(종교화)은 없고 편안한 느낌이다. 개신교 신자는 아니지만 의자에 앉아서 교회 내부를 둘러보며 하느님이든, 관세음보살님이든 우리를 보살펴주는 신께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기원드리며 교회를 나왔다.


  교회 뒤로 돌아가면 드레스덴의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입구가 있다. 유료다. 패밀리 티켓을 구입하겠다고 하니 표를 판매하시던 할아버지가 나는 아빠, 소진언니는 엄마, 윤지는 딸이라며 독일식 유머를 시전 하셨다. 유쾌하게 전망대에 올랐다.

  중앙의 교회 내부와 벽을 보면서 나선형의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면 드레스덴의 탁 트인 전망을 360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어제오늘 우리가 가본 곳이라 친숙한 느낌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조토의 종탑에 올라 피렌체의 전경을 보았던 때가 생각났다. 주황색 지붕이 유럽유럽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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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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