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4] 메니에르

by Rang

4일간의 긴 휴일을 마치고 연휴가 벌써 끝이냐며 이건 꿈이라고 진심어린 장난을 쳤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위해 눈을 떴고 세면대 앞에서 이리저리 거울을 본 뒤 물을 틀었다. 왼쪽 귀가 약간 어두웠다. 물이 들어간 느낌의 멍멍함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기분탓인가'


이틀째, 사흘째도 귀는 계속 멍멍했다. 한쪽 발을 들고 뛰어도 보고, 코를 막고 침을 삼켜 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심해져서 급기야 상대방 이야기에 전혀 다른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나흘째 되던 날, 일이 터졌다. 전날 약간 어지럽다 싶은 어지럼증이 계속되더니 취침 전 살짝 쓰러졌는데 그냥 피곤해서인줄 알았다. 정신은 멀쩡했으니까. 사실 누워있으면서도 어지러웠는데, 너무 피곤해서 몇분 뒤 곯아떨어졌다.


다음날 똑같은 하루의 시작을 위해 눈을 떴다. 귀는 여전했는데 그보다 만취상태의

어지러움이 있었다. 살면서 느낀 어지러움증 중 최고였다. 한 발짝도 뗄 수가 없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어떻게 병원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메니에르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했다. 거의 확실하지만, 메니에르의 경우 일정기간동안의 발병기록을 통해 확진한다고 덧붙였다. 이름도 너무 생소했다. 메니에르?

링겔을 맞았다. 맞는 내내 아무 생각이 없이 멍했다. 슬프거나 안타깝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그냥 정말이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병원 창문 밖으로 나뭇잎이 햇빛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며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당분간 무염식을 하며 자가 면역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에 절대적으로 노출되지 말라고 했다. 선생님의 그

말에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도 웃었다. 그건 불가능해요 선생님.


8년. 햇수로9년차. 꿈도 많았고 욕심도 많았던 내 직장생활에 점점 회의를 느끼는 요즘. 앞으로 난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가 온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제 2의 인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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