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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란희 Oct 26. 2022

새벽 기상에서 문제는 계속 깨어 있는 것

새벽 기상보다 더 중요한 것

‘또 잤네. 또 잤어.’ 


새벽에 알람 소리에 몸이 먼저 꼬박꼬박 일어났습니다. 문제는 새벽 2시간 동안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눈 감고 가만히 있는 명상은 저에게 어서 잠을 자라는 것과 같아 한두 번 시도하다 하지 않았습니다. 


필사를 할 때는 손도 움직이고 눈도 움직이고 생각도 하다 보니 심하게 피곤하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는 괜찮았습니다. 피곤한 날은 필사 노트에 낯익은 지렁이가 기어갑니다. 학창 시절 공책에서 많이 봤던 마음대로 움직이는 펜 끝에서 나오는 지렁이들. 이게 얼마만의 만남인가요. 


제 필사 노트를 독서 커뮤니티에 올리는데 지렁이 대거 출연은 부끄러웠습니다. 화이트로 지우고 또 지워도 흔적은 남았습니다. 가끔 타인의 필사 노트에 지렁이나 강한 펜 퍼짐이 보일 때면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피곤함에도 필사를 하는 모습에 열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새벽에 맑은 정신 유지하기가 삶의 목표처럼 여겨졌습니다. 


10분 스트레칭으로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건드리며 전신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하다 보니 유연해졌는지 다리를 쭉 펴고 서서 허리만 굽혀 두 손가락 끝이 바닥에 닿더니 어느 날부터는 손바닥이 방바닥에 닿았습니다. 장운동에도 도움이 되는지 변비도 해결되었습니다. 이것도 몇 달 하니 몸이 익숙해졌는지 원래의 막힌 장상태로 돌아갔습니다.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108배를 알게 되었습니다. 영상을 찾아보면서 정확하게 따라 하려고 했습니다. 방석을 깔고 시작하는데 계속 무릎에서 뼈 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정신을 깨우려다가 무릎이 먼저 깨질 거 같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새벽 기상이 습관이 되니 새벽에 하는 활동은 무조건 꾸준히 하게 됩니다. 

스트레칭도 새벽을 만나 몇 달을 지속했습니다.     




새벽에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필사를 하고 나면 시간이 남아 책을 독서대에 올리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웬걸, 새벽에 책 읽기에 성공한 적은 한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했습니다.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고개는 90도 이상 꺾여있고 입은 벌리고 있었는지 약간의 정신이 돌아올 때쯤이면 입안이 말라 혀조차 움직이기 힘든 적도 있었습니다. 


졸리면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것도 아니고 꼭 고개가 아파서 일어났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의자에 앉아 잠들 때면 상상하지 못한 자세로 있었습니다. 가끔 남편이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 열린 문 틈 사이로 저의 잠든 모습을 보고 놀라곤 합니다. 이것이 인간의 형체인가. 저도 제 모습이 궁금하지만 찍어놓거나 촬영을 해두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충격이 클 거 같아서 말입니다.     




잠 깨는 방법도 정말 많이 찾아봤습니다. 졸음 번쩍 껌은 항상 책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얕은 졸음은 코가 뚫리는 상쾌한 자극에 잠이 깨긴 합니다. 졸음의 강도가 올라가면 어느새 껌을 씹으면서 잠들기도 합니다. 음악도 틀어보았습니다. 가사가 있는 음악은 책 읽기에 방해가 되어 연주 음악을 틀긴 했는데 이것도 얕은 졸음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보통 때는 여지없이 잠이 승리했습니다. 


옛날 선비처럼 상투를 묶어 천장에 줄에 매달아 연결해두고 싶었습니다. 고개가 떨어질 때마다 머리가 뜯기는 고통에 일어나게 될 테니깐 말입니다. 아무리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잠을 이기지 못한 새벽 독서는 결국 성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요?     




독서 커뮤니티에서 서서 책 읽기라는 글을 봤습니다. 새벽 독서 때 4단짜리 책장을 세워서 그 위에 독서대를 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낮에도 집에서 독서할 때면 긴장감이 없어서 인지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 뒤로는 조금만 피곤하거나, 이 책을 시간 내에 꼭 다 읽어야 한다면 처음부터 서서 읽기 시작합니다. 


남편은 서서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왜 힘들게 서서 읽느냐고 물어봅니다. 전 속으로 ‘나도 앉아서 맑은 정신으로 책 보고 싶다고’를 외칩니다. “좀 졸려서 서서 읽으면 괜찮거든”이라고 말합니다. 요즘도 작정하고 책을 읽을 때는 서서 읽습니다. 집중도 더 잘 되는 같고 자세도 바로 세우게 됩니다. 괜히 배에 힘주고 등을 쫙 펴봅니다. 


서서 졸아 본적 당연히 있습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질 뻔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휴식을 취합니다. 서서 책 읽다가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겠다는 위협이 느껴졌습니다. 몸이 건강해야 책도 읽을 수 있으니까요.     




새벽 기상 후 언제부터 맑은 정신으로 그 시간을 온전히 썼는지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계속 새벽에 일어났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기입니다. 수면시간은 새벽과 낮의 컨디션을 좌우하기에 큰일 없으면 언제나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려고 합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보다 같은 시간에 잠드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잠들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가요? 스마트 폰은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주말 저녁에는 재미난 예능을 가족들이 보고 있습니다. 남편이 언제 시켰는지 야식이 배달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잠자리에 가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새벽시간을 사수하고 싶은가요? 물론입니다. 


새벽시간을 전부 다 사용하지 못했더라도 한두 가지는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몸이 익숙해지지 않아서 졸음이 올뿐입니다. 몸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걸릴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루에 수면 6시간은 꼭 지키려고 합니다. 이것을 어기는 순간 새벽시간이고 낮 시간이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주말에 늦게 잠들게 되면 6시간 이후로 알람을 다시 맞춥니다. 피곤하다 싶으면 한두 시간 더 자고 일어납니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10시간 이상 잔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머리가 띵하고 허리에 통증이 생깁니다. 


새벽 루틴이 빠진 하루는 나의 일부가 없어진 거 같습니다. 때론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언제 어디서나 새벽시간을 사수하려고 합니다.      




새벽 루틴은 시기마다 변하고 있습니다. 처음 새벽 기상할 때는 잠을 깨우고 맑은 정신 유지가 우선이라서 스트레칭을 하고 필사를 했습니다. 새벽 기상 6년 차인 지금은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을 한두 잔 정도 마시고 기상 인증을 합니다. 단체 필사를 마치고 나서 글쓰기를 합니다.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새벽 루틴에 포함시킵니다.      




새벽에 잠깨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유튜브 보기'입니다. 저는 스트레칭도 앱으로 하고 유튜브로 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를 여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해가 뜰 때까지 보고 있더라고요. 그다음에는 넌 얼마나 쓰니 앱을 깔고 아예 새벽시간에는 열리지 않게 하기도 했습니다. 저를 믿지 않고 시간 낭비를 할 요소들을 제거했습니다. 지금은 단체 필사 인증까지 하고 나서 스마트폰은 방 밖에 놓아둡니다.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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