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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란희 Oct 26. 2022

새벽 시간을 사수하라!

새벽 시간 나와의 약속

새벽을 산다는 것은 내 삶에서 나로서 온전히 살아가는 즐거움을 맛보는 시간입니다. 


집을 떠나 다른 장소에 가면 새벽시간을 만난다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주어집니다. 장소가 바뀌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바뀌다 보면 나만의 시간을 맞이하는데 주위를 살피게 됩니다. 


‘쟤는 여기까지 와서 뭐 하는 거야? 왜 저러는 거야? 잠 안 자고 뭐 하니?’ 


이런 눈초리를 받게 됩니다. 전 9시면 졸린데 다른 가족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낮에 충분히 놀았는데도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 합니다. 전 자고 싶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저에게는 휴식이고 충전의 시간입니다. 자신하고 이야기하는 회복의 시간입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목표를 상기시키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생각의 비밀>에서 김승호 회장은 ‘나는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종이에 100번씩 써보기도 한다. 그렇게 해본 목표 중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말합니다. 100일 동안 쓰거나 되뇌다 보면 자기가 절실히 원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알게 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 위해 행동하다 보니 그 뜻이 이해 갑니다. 


목표는 쉽게 목표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어느 순간 잊히고 늘 살던 대로 살게 됩니다. 평소 생활과 다르게 여행을 가거나 모임에 참석하고 나면 목표가 전혀 생각나지 않기도 합니다. 


매일 목표를 상기시키면 이를 어떻게 이루어갈지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들이 생기게 됩니다. 자신이 어디를 가야 할지 알고 간다면 방황하기 않고 곧장 갈 수 있습니다. 


새해 목표를 세워도 지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매일 상기시키기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새해에 새운 목표 자체를 잊기도 합니다.     




저희 가족은 여행을 가면 숙박시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측정합니다. 온 가족이 한방에 모여서 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거의 잠만 자고 나오니깐 불편함보다는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새벽 기상을 하면서 이런 상황이 달리 느껴졌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다들 자고 있는데 불을 켜기가 미안했습니다. 한 번은 창틀이 딱 서서 책을 읽기에 알맞은 높이와 공간이 있었습니다. 여름날이라 새벽부터 햇빛이 밝았습니다. 


창틀에서 ‘곁에 두고 읽는 괴테’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아프다 싶으면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책을 손에 놓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물가에서 노느랴 책 볼 시간이 없을 거 같아 끝까지 읽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가족들은 8시가 넘어가고 9시가 넘어서야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름휴가에 창틀에 서서 점점 밝아 오는 햇살을 전등 삼아 책을 보는 경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만족감이 더 컸습니다. 저에게 독서는 지적 자산을 만들어가는 행위입니다.     


“평생을 다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분출되는 자산을 가진다는 것은 삶과 맞서는 최고의 무기를 손에 쥔 것에 다름 아니다.” - 곁에 두고 읽는 괴테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일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사촌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 TV는 없었습니다. 일박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TV를 사랑하는 남편은 아쉬워했지만 전 조용히 잘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새벽 루틴을 해야 하는데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 문을 열어두고 화장실 불빛으로 루틴을 이어갔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합니다. 어제 산 펜을 꺼내어 보고 혼자 좋아하면서 잡아보고 써보면서 쓰는 느낌도 체크합니다. 옆에 있는 사람과 나눌 수 없지만 혼자 노는 즐거움이 채워지는 새벽 시간이었습니다. 



    

집 밖의 새벽 중 기억에 남는 멋진 날이 있었습니다. 여름휴가로 제주도에 갔을 때 이제까지 경험한 숙박 시설 중 가장 좋은 곳에서 2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루틴을 마치고 산책을 하러 나갔습니다. 호텔 둘레에 있는 산책로에 아직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상쾌한 공기와 바다 냄새를 품고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유리병에 담아오고 싶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건너편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새소리만 들렸습니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습니다. 진정한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호텔 둘레 길을 걷는데 평소 보지 못한 이름 모를 식물들이 있었습니다. 혼자 나온 새벽 산책길이 편안하고 좋아서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여름날 새벽 5시. 밤새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상상 속 바깥 새벽 모습은  사람들의 표정이 지쳐 있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여름날이라서 그런 걸까요? 해가 떠서 이미 날이 밝았고 사람들의 표정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새벽 5시.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는 시간. 또 다른 사람들은 이미 하루를 시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새벽이 꼭 어둡고 힘든 시간이 아니라는 느낌을 직접 보았습니다. 


제가 느낀 새벽은 편안함과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희망적인 시간입니다. 


애써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아닌 하루 시작을 내가 선택하는 시간. 달콤한 마카롱을 고르듯 설렘이 있는 시간입니다. 집 안에서 맞는 새벽과 집 밖에서 만난 새벽의 느낌은 또 달랐다. 다른 사람들의 새벽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추석 연휴 친척들이 우리 집에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사촌들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의 새벽 루틴이 시작되는 시간 다들 자러 들어갔습니다. 그냥 잠들기에는 너무 아까운 새벽시간. 


일기를 쓰며 저에게 질문을 하고 생각을 합니다. 온 신경이 밖에서 머물다 이제야 내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일까? 어제의 저를 돌아보며 잘한 행동과 잘못한 행동을 되새겨봅니다. 저에게 버릴 것이 무엇인지,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구분 지어 봅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저를 다시 바라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친척들과 함께 한 대화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집 안에서 평소와 다른 상황이 되어도, 집 밖에서 새벽을 맞이하더라도 새벽 시간을 사수하려 합니다. 한두 번 빠지다 보면 나를 놓치고 사는 거 같아 새벽시간을 챙깁니다.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4시간을 갖습니다. 


새벽시간은 생각의 끈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어제의 나를 바라보며 더 나은 오늘을 만듭니다.


 매일 1도의 방향이 달라지면 결국에는 돌아갈 수 없는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단번에 변화는 힘들 수 있지만 매일의 작은 변화는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새벽시간이 매일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입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이제는 일상처럼 받아들입니다. 변화의 시작에는 소동이 일지만 변화의 중반을 넘어가면 그때는 주변 사람들도 익숙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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