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살이 5년의 기록
독일살이 좀 살만해졌다 싶을 무렵
100유로치 장을 봐와도
매끼 해먹을 게 마땅찮게 느껴지던 어느날,
김치나 한번 담가 볼까?
김치 한번 사먹기도 비싸지만 맛도 별로인데
이참에 금치나 한번 담가보자 싶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마음 먹자마자
무작정 배추부터 사다가 소금에 절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레시피를 참고해서
맛있을 것 같은 재료들 다 때려넣고
감으로 넣고 빼고 넣고 빼고
어영부영 첫 김장을 마쳤다.
결과는???
핵존맛!!!
어릴적 엄마가 김장할 때
시원찮게 시중든 게 다였는데
내가 혼자 김치를 담구다니!
그때의 감격과 희열이란!!!
첫번째 중요한 건
한국산 천일염으로 절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 다음엔 한국에서 공수해온 고춧가루와
온갖 양념들의 적절한 조합이랄까?
레시피는 참고용일 뿐 느낌이 가는대로
그저 맛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다보면
그 담부턴 김치맛이 스스로 마법을 부린다.
익을수록 맛있고
이제껏 단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더 용감하게 양을 늘려갔다.
10포기, 20포기, 40포기........80포기!!!
김치에 관심 있는 외국인, 한국인 친구들을 불러모아
다같이 김장도 했다.
물론 여기 배추는 한국 배추랑 다르게
크기가 좀 작은 편이다.
뭐 그렇대도 적은 양은 아니지만.
야심차게 도전했던 많은 양의 김장은
뭘 믿고 크게 일을 벌였나 싶어
김장 전날까지 스스로를 자책하게 했다.
김치를 망치는 악몽에 시달렸지만
이틀 전부터 전투모드에 들어가
남편과 둘이 김장의 모든 준비를 다 마쳤다.
다행이 친구들과는 김치속 넣는 체험으로도
만족도 X1000000였다.
맛도 다행이 굿굿굿이었다.
김장에 이렇게 많은 재료와 수고,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지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다.
게다가 매번 망치면 어쩌나 싶지만
김치 요정이 마법이라도 부린 양
다행스럽게도 너무너무 맛있다.
김치 사업이라도 시작해야 되는거 아닌가.
한국에서는 내가 이렇게까지 김치를 좋아했던가.
아마 그 귀함을 몰랐기에 김치를 홀대했던 것 같다.
이젠 김치 냉장고에 가득 차 있는 김치를 보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그냥 김치만도 너무나 맛있지만,
김치 찜, 김치찌개, 부대찌개, 볶음김치, 김치볶음밥, 김치김밥, 김치전...
할 수 있는 요리도 많고,
매번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든든하다.
생각지 못하게 여기서 김치 장인이 된 나는
매일 진지하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오늘은 또 뭘 해먹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