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아무것도 하기 싫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나만 그런가.

by 라온


아침부터 몸이 무겁고, 머리가 둔하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이 가지 않는다.

일어나야지...

움직여야지...

빨리 해야지...


수십 번 되뇌지만,

이불은 내 몸을 더 세게 끌어안는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나는 왜 이렇게 의욕이 없지?"

하는 자책이 또 자리를 잡는다.


이럴 때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지금 나, 진짜 하기 싫은 걸까?

아니면, 그냥 너무 지쳐 있는 걸까?"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은

생각보다 다양한 감정의 얼굴을 하고 있다.
피곤함. 슬픔. 무력감. 혼란.

혹은 아주 미세한

자존감의 흔들림일 수도 있다.

그걸 제대로 들여다보기 전에

‘게으름’이라는 단어부터 꺼내는 건,
사실은 내 감정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나는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몸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 내 일이지만,

나도 종종 움직이지 못한다.

아이러니한 그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던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런 날엔,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탓하는 대신,

내 안에서 무엇이 엉켜 있는지를

느껴보려고 한다.


그게 감정 루틴의 시작이었다.

몸이 굳을 땐 스트레칭이 필요하듯,

감정이 뭉쳐 있을 땐 풀어주는 루틴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먼저 내 마음을 가만히 써본다.
지금 무슨 생각이 드는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별 의미 없는 단어라도,

한 문장이라도 써 내려가다 보면

의외로 내 감정의 이유가

생각보다 분명히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어제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감정이

오늘까지 남아 있거나,
내가 나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거나,

혹은 내가 나를 위해 써야 할 시간을

너무 많이 남에게 빼앗겼다는 걸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그 이유를 하나씩 깨닫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 조금씩 에너지가 돌아온다.
무언가를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건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컵에 물을 따르고,

창문을 열고,

방 안에 햇살을 들이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런 뒤 아주 가볍게,

“그래, 오늘은 이 정도면 잘한 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


그렇게 마음에 한 스푼의 여유를 얹고 나면,

조금씩 내가 다시 움직인다.


아무것도 하기 싫던 그날.


내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는 순간,

‘무언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다시 찾아왔다.

결국 그 작은 감각이, 내 하루를 구한 거다.






다음 편에서는

그때 내가 꺼내 들었던

루틴 한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아무리 지친 상황 속에서도,

그 작지만 단단한 루틴 하나로

당신의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라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