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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건 나뿐인 것 같아서

모두가 행복한 것처럼 보일 때, 나만 정체된 기분

by 라온


괜찮았던 하루가,

누군가의 소식 하나에

무너질 때가 있다.


평온하던 마음에

불쑥 초조함이 밀려들고,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지는 날들.


무심코 내리게 되는

작은 화면 속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자괴감이 드는 날들.


그걸 보고 있는 나만,
멍하니 앉아

어정쩡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고,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아니, 가고는 있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조용히 파고든다.


사실은 불안이다.
누군가와 경쟁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나를 다그친 것도 아닌데
내 마음이,

나를 계속 초조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보여주는 건
항상 결과다.
합격했다는 통지,

달성했다는 숫자,
출간된 책,

완성된 프로젝트,

도착한 여행지.
그러다 보니 나는 늘

완성되지 못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끔 생각해본다.
혹시 나처럼 보이지 않는 걸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이 화면 너머에도 있지 않을까?

하고.


진짜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
나는 매번 잊었다가 다시 되새긴다.


빨리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결국 멀어지고.

아무리 느려도
나에게 맞는 걸음이라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다고.


지금은 조금 느릴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직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안에서 자라는 것들,
그건 소리 없이 깊어지고 있는 중이다.


조용히 쓰고 있는 이 글도,
어쩌면 그런 자라남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나는 내가 되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멈춘 게 아니다.

나는 지금,

아주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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