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이번엔 진짜 제대로 해보자."
그렇게 다짐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왜 늘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을까.
계획을 세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나열하고,
시간표를 짜고,
하루를 완벽하게 그려보는 건
오히려 설레는 일이었다.
나는 늘 그런 나에게 기대했다.
이번엔 다를 거라고.
이번엔 해낼 거라고.
그런데
그 다짐은 매번 며칠을 넘기지 못했다.
작심삼일조차 못 가는 날도 많았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건 어김없는
자기 실망과 자책의 감정.
“나는 왜 이렇게 꾸준하지 못할까.”
“왜 이정도도 지키지 못해?”
그렇게 나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지고 있었다.
나를 움직이게 하려고 만든 계획이
오히려 나를 무너뜨리는
기준이 되어 있었던 거다.
나는 내가 너무 느린 것 같았고,
조금만 쉬어도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고,
쉴 자격조차 없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러다, 어느하루.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너무 나에게 엄격했던 건 아닐까?”
잘하고 싶은 마음,
더 나아지고 싶은 욕심.
그건 문제될게 아니었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지 않고,
항상 ‘이상적인 나’만을 기준으로
나를 평가했던 태도가 문제였다.
내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세운 계획이
어느새 나를 벌주기 위한
잣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계획을 세우기 전에,
목표를 바라보기 전에
이 문장을 먼저 써보기로 했다.
“나를 지치게 하지 않는 하루를 만들자.”
그 문장 하나가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그 아래에
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일들을 적기 시작하면,
계획은 나를
밀어붙이는 도구가 아니라
나와 함께 걷는 조용한 동행자가 된다.
계획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조율하는 흐름이 되어야 한다.
그걸 알게 된 뒤로,
나는 계획을 지키는 데 집중하기보다
계획을 '살리는 감정'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계획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이 나를 꾸짖는 도구가 아닌
나를 이해하는 언어가 되었을 때,
나는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가볍게,
나를 믿을 수 있었다.
완벽해지려는 마음은 쉽게 꺾이지만,
조금 더 다정하게 가려는 마음은 오래간다.
그래서 나는 이제,
완벽한 계획보다
다정한 하루를 택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