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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바닥나는 이유

나를 다시 숨 쉬게 하는 10분

by 라온


한동안 그랬던적이 있다.


충분히 자고도 피곤하고,

가만히 있었는데도 지쳐 있었다.
나도 모르겠는 내 상태가

참 답답하기만 했더랬다.


나는 그래서

체력이 약해진걸로만 생각했다.


운동을 쉬어서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내가 내린 결론은,

몸보다 더 먼저

마음이 지친 상태라는 것.


몸은 쉬었는데,

마음은 내내 일하고 있었던 거다.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누워도
‘하지 못한 일’ 목록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끊임없이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이런 날엔 눈을 감고 있어도

뇌는 쉬지 않는다.
마음은 조용히 있고 싶은데,
머리는 더 많이 하라고

다그치고 있었다.


그것이 내 에너지를

다 빼앗고 있었나보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피로의 많은 부분은

‘과도한 판단’과

‘지속적인 자기 감시’에서 온다고 한다.

기분이 바닥을 치는 날,

그건 ‘생각의 과잉’이 만든

피로일 확률이 높다.


그렇게 아무리 쉬어도

피곤함이 계속되던 날 중 어느하루.

나는 점점 내 안에 쌓여가는

‘보이지 않는 피로’를 알게 되었다.


몸이 무거운 게 아니라,
마음이 매일같이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고 있었던 거다.


그런 날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지치고,
내가 원래 좋아하던 것들조차

의무처럼, 혹은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 늘어가고,
정작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정점을 찍었을 때 즈음

깨닫게 되는게 있었다.


이 밑바닥을 보이는 에너지가,
나 자신을 허락하는

감정의 여유였다는 걸.


하루 종일

나를 밀어붙이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말해주는 순간 없이
끊임없이

더 나아지라고,

조금만 더 노력하라고

요구하던 그 목소리.

그게 나를 가장 많이

소모시키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아주 단순하고도

당연한 문장을

습관처럼 마음에 품고 살았다.

“잠깐 멈춰도 괜찮아.”

"잠깐 쉬어가도 괜찮아."


이 말을 되뇌이다보니
뭔가를 하겠다는 다짐보다

더 큰 변화가 시작됐다.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그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내 안에 남아 있는

‘잔여 에너지’를
조금은 친절하게

다루기로 한 것이다.


그건 마치,

잠든 아이 이불을

조심스럽게 덮어주는 일처럼
부드럽고 다정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아주 놀랍게도,
그 다정함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가끔은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10분의 여백이,
나를 다시 시작하게 한다.


나를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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