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essay
어린 시절을 떠 올려 보면, 편식이 심한 나에게 무엇이든 먹이려는 엄마의 노력이 일상이었던 것 같다.
무조건, 안 먹어!로 일관하던 나였지만 닭요리만큼은 언제나 좋아했었다.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며 비실비실 허약했던 나는 감기 기운이 있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으려고 했다. 감기약을 먹으면 속이 뒤집혀 장염이 오고 배가 살살 아파 오는 데다가 약기운에 기운을 못 차리고 잠이 쏟아졌기 때문에 약을 먹는 것조차 싫어했다.
엄마는 뭐라도 먹어야 낫는다며 식구들 저녁 준비와는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리고 약을 먹이려 하셨는데,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마트에 가서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를 사기 자고 와 나를 꾀어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이불속에서 나와 엄마가 사 온 닭과 어린이용 시럽 물약을 한컴 마시고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있는 대로 어리광을 부리고 나면 감기는 씻은 듯 나아 있었다.
지금처럼 닭요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 배달앱이 나오기 한참 전, 엄마는 집에서 닭튀김을 만들어 주셨다.
커다란 닭 한 마리를 사 와 토막을 내어 깨끗이 씻고, 반죽 옷을 만들어 골고루 잘 무친 후에 커다란 냄비에 기름을 붓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반죽을 입힌 닭 조각을 하나씩 퐁당 떨어트렸다.
닭을 다 넣은 후 남아있는 반죽 물에 양파와 감자 당근 등을 썰어 넣어 즉석에서 야채튀김도 함께 만들어 주셨다. 평소라면 안 먹을 야채들 뿐이었지만 튀긴 건 신발도 맛있다고 하지 않던가! 엄마의 야채튀김은 정말 맛있었다.
어린 시절 두꺼운 반죽 옷을 입은 엄마표 후라이드 치킨은 나에게 최고의 간식이었다.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배달이 활성화되고 언제 어디서나 흔하게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10년 전 결혼을 하고 이사를 간 제주도의 중산간 마을에는 치킨집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물론 배달도 되지 않았다.
우리는 치킨을 먹기 위해 전화로 주문을 하고 20분을 달려 치킨을 픽업해 와야만 했다. 그마저도 8시경이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서둘러 주문을 하고 치킨이 식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야식의 꽃, 배달 치맥은 꿈도 못 꾸던 시절, 제주도에서 가장 큰 식품 마트에서 좋은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치킨텐더, 윙, 봉, 스테이크 종류별로 가공된 냉동 제품들은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완성이 되었기 때문에 그 뒤로 닭똥집과 닭껍질까지 종류별로 섭렵하며 치맥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는 냉동실 가득 종류별로 냉동 닭을 사다 놓고 밤마다 따끈따끈한 치맥을 즐겼다.
https://brunch.co.kr/@raphim/61
https://brunch.co.kr/@raphim/66
앞서 두 개의 닭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떠오른 추억들을 모아 보았다.
지금은 배달이 가능한 지역에 살면서 유명 프랜차이즈의 치킨을 종류별로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꼭 없는 게 먹고 싶은 심리는 무엇일까?
제주도에서 서귀포에 단 하나의 매장만 있던 KFC가 제주시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을 때 사람들이 줄을 서 먹으러 갔다고 하니, 아무리 맛있는 게 많아도 없는 게 먹고 싶은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글을 쓰며 생각난 마트표 전기구이 통닭은 도대체 어디서 파는 걸까?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