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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Feb 05. 2022

진짜 웃음

덕질은 웃는 것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는 방법을 아는가? 그건 바로 눈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눈이 웃으면 진짜 웃음이고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고 있다면 그건 가짜 웃음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이모티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양인들은 ^^ 눈이 웃는 이모티콘을 쓰고, 서양인들은 : ) 입이 웃는 이모티콘을 쓴다고. 웃음에 대한 생각이 동서양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서양인들은 가짜 웃음을 더 많이 웃는 걸까?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는 표정이라고 하면 사진이 생각난다. 치즈~ 김치~ 하면 입꼬리만 올리고 눈은 최대한 크게 뜬다. 진짜로 막 웃어버리면 눈이 작아지고 가늘어지고 주름이 지니까. 하지만 지나치게 웃어버린 사진은, 찌그러진 진짜 웃음이 담긴 사진은 안 예뻐도 정감이 간다. 그때의 즐거웠던 마음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


최근에 신나게 즐겁게 웃어본 적이 있었나... 마음껏 웃어 본 것도, 마음껏 울어 본 것도 꽤 오래된 것 같다. 마음 가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참 어렵다. 오랫동안 감정을 누르고, 표현을 억제하며 살아와서 그런가 보다. 속마음을 겉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다. 우리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표정한 얼굴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그게 어른이고, 그게 사회적인 인간이라고 배웠고, 그러지 않아서 손해를 봤고, 무시를 당했고, 상처를 받았다.


우리가 마음껏 감정을 느끼고 표현했던 것은 어릴 때였다. 어린아이들은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나타낸다. 좋은 것은 좋다고, 싫은 것은 싫다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숨기거나 감추지 않는다.


동화를, 동시를 쓰다 보니 아이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아이들의 시선과 마음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특성과 아이다움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화를 쓰기 전 10여 년 정도 아이들에게 독서 논술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동화를 쓰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읽은 책들이 결국에는 동화 쓰기의 밑바탕이 되었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은 투명하고 단순했다. 어른처럼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고,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웃고 울고 질투하고 좋아하고 그것을 선명하고 투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는 나도 그렇게 행동하고 표현해도 괜찮았다.


양준일은 14년 동안 일산에서 영어 공부방을 운영했다고 한다. 서른 살 즈음 가진 모든 것을 털어 양준일이라는 정체를 숨긴 채 V2라는 이름으로 세 번째 앨범을 냈고 어느 정도 인기를 얻었으나 소속사의 문제로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돈도 한 푼 벌지 못했고, 소속사와의 계약서 상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꽤 오랫동안 그 일을 했다고 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양준일은 아이들을 만나는 게 편안하고 좋았다고 했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 매우 평온했고 안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음악을 하는 것 이상으로 오랫동안 영어를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고민하고 힘을 쏟았다고 했다.


그가 세상에서 입었던 상처는 아마도 아이들을 만나면서 많이 치유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과 함께 마음껏 울고 웃었을 것이다. 감추거나 에둘러 말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말했을 것이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싫어하면 싫어한다고 감정을 감추지 않고 표현했을 것이다. 양준일 다운 모습을 포장하지 않고 보였을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아이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깨달았을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랬던 것처럼...


그의 웃는 얼굴을 보면 팬들도 함께 웃는다. 좋아하는 누군가가 웃으면 따라 웃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의 웃음은 다르다. 눈이 찌그러지며 눈가에 입가에 주름이 지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도, 입안이 들여다 보이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온몸과 온 맘으로 진짜 웃음을 웃는다.

그런 그의 웃음은 주변 공기를 흔들고, 그 웃음의 입자는 화면을 뚫고 날아와 우리에게 스며든다. 그의 웃음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똑같이 웃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아이처럼 투명하고 맑은 그의 웃음이 좋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진짜 웃음을 그의 모습에서 찾았다.

나의 덕질은 웃는 일이다. 양준일과 함께, 아이처럼, 진짜 웃음을 웃어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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