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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Feb 02. 2022

첫 책의 떨림

넌 나의 꿈

'양준일의 MAYBE-너와 나의 암호 말(모비딕북스, 2020. 2.)'은 나의 최애 책, 스테디 책이자 베스트 책이다. 지금도 읽고 또 읽는 책이고, 듣고 또 듣는 책이다. 나의 인생 책  '메리 포핀즈'  이후로 반복해서 수십 번 읽는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읽히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양준일은 활동을 시작하며 음반을 내기 전에 먼저 책을 냈다. 그를 곁에서 도와주는 지인과 감각 있는 젊은 출판사 그리고 전문 사진작가의 합동 작업으로 빠른 시간 내에 근사한 책이 탄생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책을 냈다는 것에 책을 낸 당사자 못지않게 기뻤다. 노래가 아니라 책이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니!


첫 책이 나오던 날의 기쁨은 양준일 오피셜의 유튜브 영상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는 가끔 그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서점에 가서 자신의 책을 들고 내가 책을 냈어! 이게 내 책이야! 라며 환하게 웃음 지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나 역시 나의 첫 책을 냈을 때의 벅찬 감정이 떠올라 함께 미소 짓는다.


등단을 하긴 했지만 한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글을 쓰기 시작하여 등단까지도 몇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 뒤로 첫 책을 내기까지 다시 또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여곡절 끝에 첫 책을 품에 안았을 때의 느낌은 마치 난산 끝에 무사히 첫 아이를 안은 듯한 감동이었다. 첫 책이 나오고 나서는 한 달 정도는 배가 고픈 지도, 졸린 지도 잘 모를 정도로 설레고 기뻤다.


첫 책이 존재했기에 두 번째, 세 번째... 책들을 낼 수 있었고, 내 글을 원하고 찾아주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첫 책에 대한 흥분과 기쁨은 출간 권 수가 늘어날수록 정확히 반 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슬프게도 이제는 첫 책이 나온 그 순간의 기쁨은 더 이상 맛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니 첫 책을 내지 않은 분들이 부럽다. 아직 첫 책의 기쁨이 봉인되어 있는 거니까.)


양준일이 '슈가맨'에 나와서 했던 말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수많은 덕질러들을 양산했으며, 마침내 그 말들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 뒤로 양준일이 여러 인터뷰나, 라디오 프로그램, 유튜브 재부팅양준일  등에서 했던 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어보면 된다. 대부분 이 책 안에 담긴 그의 생각들이 그 뒤 여러 곳에서 반복되고 변형되어 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첫 책을 내고 안타깝게도 많은 팬들이 원하던 북콘서트를 하지 못했다. 계획된 모든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줄줄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을 낸 뒤로 여러 프로그램들에서 그를 작가로 불러 인터뷰를 해주어 책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럴 땐 유튜브가 존재한다는 게 참 고맙다. 되짚어보면서 그의 말을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들으며 느껴지는 건 그는 한결같고, 변함없고, 단단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있고, 깊고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첫 책이 출간된 날, 서점에 직접 찾아가 책을 구매하며, 자신의 첫 책을 들고 신기해하고 좋아하고 기뻐하고 행복해하던 그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눈을 반짝이며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즐겁다. 더군다나 그 누군가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 양준일이라는 게.


그가 평화방송에 출연하여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의 꿈이 이뤄지게 도와주면 하나님이 뒤에서 나의 꿈을 이뤄주실 것이다."라며 미국에서 서빙을 할 때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최근 콘서트 마지막 멘트로 팬들을 My Dream Maker라고 불렀다.

양준일의 팬들은 양준일이 꿈을 이뤄가길 희망했고, 그는 수십 년 전 깨끗하게 포기했던 오래된 꿈을 다시 잡았고, 그걸 이뤄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것이 어쩌면 진짜 그의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하는 양준일이 행복하고 즐겁고 사랑받고 사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무대 위에서 마음껏 끼를 발산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은 팬들의 소망이고 팬들의 꿈이니까.

누군가의 꿈이 현실이 되는 일.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일... 우리는 그를 통해서 우리의 꿈을 꿈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가 행복하고 그래서 우리가 행복하고, 우리가 행복하고 그래서 그가 행복하고... 신기하게도 덕체(덕질의 대상)와 덕질러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꿈이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이 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꽤 멋진 덕질의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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