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 때쯤부터 D님의 혈당과 혈압은 제어가 안됐다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액을 달고 살기 시작하셨다.
휴진 날 며칠 전부터 원장님은 D님에게 퇴원하고 큰 병원 내과 진료를 다시 받아보시라고 꾸준히 권유하셨다. 그럼에도 D님은 계속 괜찮아질 거라고 거부했는데 결국 3일 뒤에 퇴원하기로 결정하셨다.
병동에서는 3일 간만 잘 버티자고 다들 가슴 졸이며 떨려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인턴 동기들도 당직인 밤에는 D님 관련 콜이 갑자기 오지는 않을까 모두들 노심초사였다.
밤에 갑자기 응급실에 가는 일이 생길까 걱정이었다. 3일간 낮에는 하루 종일 D님 병실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며 살폈다. D님의 핸드폰 컬러링이 멕시코 음악인 것, 즐겨마시는 커피는 원두가루 한 스푼에 설탕 두 스푼 반을 넣고 온수와 냉수를 반반 넣은 조합인 것, 참외는 꼭 씨를 빼고 드시는 것. 따님 분이 현재 서울에 계셔서 요즘 못 본 지 꽤 됐다는 것도.
밥도 잘 안 드시고 혈당도 떨어지니 간호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서 오렌지 주스, 귤, 사탕 등을 챙겨드렸다. 다른 환자분께서 주신 참외도 직접 깎고 씨까지 발라서 같이 탕비실에서 나눠먹기도 했다. 어떻게든 아무 문제없이 우리 병원을 나서서 자택까지 돌아가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퇴원하는 날에도 이런 분을 구미까지 혼자 운전하고 가게 할 수 없어 보호자 분과 연락이 겨우 닿아 직접 D님을 데리러 오시기로 했다.
D님 퇴원하는 날에 보호자분께 내 개인번호를 알려주며 혹시나 가시는 길에 문제 생기면 연락하라고 말씀드렸다. 오늘 아침 혈당, 혈압 수치를 알려드리는데 보호자분은 이미 D님의 상태를 잘 알고 계셔서 오늘 상태로 집까지 가는 건 큰 문제없을 거라고 하셨다.
퇴원 후 며칠이 지나 모르는 사람이 전화가 왔는데 D님이었다. 구미 대학병원 내과에서 검사를 다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셨다. 목소리가 너무 좋은데요 D님? 밥 잘 드시고 계시고 있죠? 닥터 고가 전주에서 와서 그런지 아주 양반티가 나요. 전 지금 건강합니다. 방금도 점심 잘 먹었고요. 닥터 고도 점심시간이죠? 밥 맛있게 드시고 닥터 고랑 만날 날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