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의 기초는 기울어진 테이블이다
요즈음은 많이 좋아졌지만 전에는 집에 새 테이블을 들여오면 다리 길이가 잘 맞지 않아서 테이블 다리 밑에 종이를 접어서 끼운다거나 하여 테이블이 찌그덕 찌그덕 흔들리는 것을 보완하곤 하였다. 테이블의 네 다리의 길이가 정확히 맞는다 하더라도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서 다리 밑에 신문지를 접어 끼워 넣기도 하였다. 그러나 바닥이 아무리 기울어져도 테이블이 꺼덕거리지 않고 안정적인 테이블이 있는데 그것이 세발 테이블이다.
네 발은 바닥상태에 따라 흔들리지만 세 발로 된 테이블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놓아둘 수 있다. 그러나 세 발 테이블이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은 있으나 세발 테이블이 놓인 바닥이 기울어져 있으면 테이블 상판은 따라서 기울게 된다. 테이블 다리는 안정되게 자리 잡았다 하더라도 테이블 위가 기울어지면 그 위에 올려놓은 물건은 불안정해진다.
그런데 다리는 두 개 밖에 없고 테이블의 상판은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는 두발 테이블이라면 어떻겠는가. 아마도 쓸모없다고 하여 내다 버릴 것이다. 불행(?)하게도 척추의 기초가 되는 천추가 그러한 모양이다. 천추의 상면은 본래 앞쪽으로 3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기울어진 테이블 위에 24개의 접시가 올라가고 맨 꼭대기의 접시 위에 돌같이 단단한 공이 하나 올라가 있으며 다리는 두 개 밖에 없는 형상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으로 별의별 일을 다하면서 생활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이글의 1편 '요통은 서커스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될 것이다.
24개 주요 척추의 기초는 그 밑에 있는 천추이다. 이 천추는 천추 아래의 미추와 결합되어 있고 이렇게 결합된 천추와 미추의 덩어리 양 쪽으로 골반이 날개처럼 위치하여 천추와 미추, 골반은 움직임의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움직이게 된다. 이 움직임 공동체의 정중앙 윗부분인 천추의 상부에 24개 주요 척추의 가장 아래에 있는 5번째 요추가 놓이게 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 천추의 상부가 척추의 기초이며 그 위에 24개의 척추가 쌓이게 된다.
그런데 24개의 척추가 쌓이는 기초인 천추의 상부는 수평을 이룬 평평한 구조가 아니라 앞 쪽으로 경사져서 기울어진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위에 24개의 척추가 순서적으로 쌓이면서 기울어진 기초를 보상하기 위하여 곡선을 그린다. 기초인 천추 위에 쌓이는 순서대로 보면 5개의 요추가 천추의 경사면을 따라 앞쪽을 향하여 쌓이다가 균형을 잡기 위해서 뒤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앞으로 휘어진 전굴을 형성하고, 그 위에 쌓이는 12개의 흉추는 요추가 쌓이는 방향에 이어져 뒤쪽으로 쌓이다가 다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쌓이는 방향이 앞쪽을 향하면서 뒤쪽으로 휘어지는 후굴을 이루고, 그 위 7개의 경추는 흉추의 쌓이는 방향대로 앞쪽으로 쌓이다가 다시 균형을 잡기 위해 쌓이는 방향이 뒤쪽을 향하면서 경추 전체적으로는 앞쪽으로 휘어진 전굴을 형성하게 된다.
자세히 설명드리기 위해서 풀어서 쓰다 보니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기울어진 천추 위에 24개의 척추가 3개의 만곡을 형성하며 쌓여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기울어진 기초(천추) 위에 24개의 척추가 세 개의 곡선을 형성하면서 그야말로 서커스 하듯이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다리는 2개밖에 없는 두발 테이블 위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신이 창조하고 인간이 진화시켜온 가장 완벽한 형태이니 불만을 갖지는 말자. 앞쪽으로 휘어있는 5개의 요추는 일자로 서 있는 형태보다 훨씬 기능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12개의 흉추가 뒤쪽으로 휘어 있는 덕분에 후굴로 인하여 생긴 앞쪽 공간에 생명과 직결되는 인체의 주요 장기인 심장과 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7개의 경추가 전굴을 형성하므로 경추가 일자로 서 있을 때보다 더욱 기능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적인 기능은 정상적인 만곡 상태를 유지할 때의 일이다. 만약에 척추가 형성하는 세 개의 만곡이 정상보다 더 휘어있거나, 펴 있을 때는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이 세 개의 만곡 정도는 가장 기초가 되는 천추의 기울기 정도에 따라 변하게 되는데 천추의 기울기가 심해지면 그 위에 쌓이는 척추의 만곡 정도도 심해지게 되고 천추의 기울기가 줄어들면 그위에 있는 척추의 만곡 정도도 줄어들게 된다.
이글의 2편, '요추는 활이다'에서 요추의 전굴 정도에 관여하는 요소로서 요추 뒤쪽 근육의 긴장도와 복근의 강도 그리고 배가 나온 정도라고 세 가지 요소를 말하였다. 여기에 요추의 전굴 정도에 관여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이 척추의 기초인 천추의 기울기이다. 천추의 기울기가 심하면 요추의 만곡 정도가 심해지고 천추의 기울기가 완만하면 요추의 만곡 정도가 따라서 완만해진다. 요추의 만곡 정도가 심해지면 요통이 발생한다고 하였으니 천추의 기울기가 심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요통 예방에 또 하나의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천추의 기울기가 무조건 평평해지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고 천추의 정상적인 기울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의학적으로는 이 천추의 기울기 각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이 천추의 기울기 각도를 특별히 요천 각도(Lumbo-Sacral Angle)로 명명하고 있다. 정상적인 요천 각도는 30도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요천 각도의 숫자를 정확히 기억하여 그 각도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요통은 요추의 만곡 정도가 심해져서 발생되는 것이니 요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요천 각도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면 된다.
다음 편에서는 요천 각도에 관여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무엇이 요천 각도를 심하게 하는지 알게 되면 요천 각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수저로 태어나 기초가 반석같이 평평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차곡차곡 자신의 삶을 쌓아가기를 희망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흙수저로 태어나 처음부터 기초가 기울어진 불안정한 환경에서 이리 구부러지고 저리 구부러지고 하면서 굴곡진 삶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평평한 기초에서 똑바로 쌓아가는 삶을 너무 부러워하지 말자. 처음부터 똑바로 만 쌓여 비대해지고 경직된 삶은 유연성이 부족하고 삶의 근육이 약하여 위기가 닥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반면에 처음부터 기울어진 기초 위에 쌓아가는 삶은 쌓는 과정은 힘들어도 삶의 근육이 튼튼해지고 굴곡진 척추와 같이 완벽한 형태로 삶의 작품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삶은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강한 힘을 발휘하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유연하게 헤쳐나간다. 이것이 척추이고 삶이다.
- 척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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