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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천추의 기울기에 영향을 주는 근육

by 라트

요즈음은 잘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라떼(나 어릴 적에)는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졸업식 노래였다. '빛 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로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는 어린 마음에 감동이 휘몰아쳐서 울컥하는 느낌이 저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옴을 느끼게 하였다. 왜 오빠도 아니고 형도 아닌 언니께 바치는 노래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지만 말이다. 이 졸업식 노래 중간쯤 가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 또한 무언가 믿음직하고 든든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보호해 주는 은인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믿음을 어린 나에게 심어 주기에 충분하였다.


정말 세상을 살아가면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든든한 협력자가 있다면 아무리 삭막한 세상이라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앞에서 끌어줄 때 중요한 것은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끌어주느냐이다. 긍정적인 방향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면 긍정적이고 좋은 사람이 되겠지만 부정적이고 나쁜 방향으로 끌어주면 그대로 그 방향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뒤에서 밀어줄 때도 낭떠러지로 밀어준다면 밀리는 대상이 크게 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든 나쁜 방향으로 끌어주든 우리는 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오늘 다루기로 예고한 천추의 기울기도 주변의 영향을 받아 기울기가 변하게 된다. 그럼 어떤 영향으로 천추의 기울기가 변하는지 생각해 보자. 이것은 의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아주 일반적인 답변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전편에서 천추는 앞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이 기울기가 커지면 요추의 만곡이 심해져서 요통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이 천추가 기울어져 있는 것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그것은 천추를 앞에서 윗 쪽으로 끌어주고 뒤에서 아래쪽으로 밀어주면 천추는 바로 잡힐 것이다. 이것은 천추의 기울기를 바로잡기 위한 긍정적인 방향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방향은 천추를 앞에서 아래쪽으로 끌어주고 뒤에서 위쪽으로 밀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천추의 기울기는 더욱 커져서 요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요통을 유발하게 된다.


정리하면 천추를 앞에서 위쪽으로 끌어주고 뒤에서 아래쪽으로 밀어주는 힘을 키워주고, 앞에서 아래쪽으로 끌어주고 뒤에서 위쪽으로 밀어주는 힘을 줄여주면 천추는 바른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인체에서 이렇게 끌어주고 밀어주는 일을 하는 것은 근육이다. 4편 '찢지 말고 늘여주세요'에서 우리는 근육의 기능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번 편에서도 근육에 대한 간단한 상식 한 가지를 살펴보고 간다. 사람이 움직인다고 하는 것은 골격이 움직이는 것인데 이 골격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으로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어 경첩이 달린 문과 문틀을 고무줄로 연결해 놓으면 문과 문틀이 골격이 되고 고무줄이 근육이 되는 것이다. 문을 열면 고무줄은 이완되어 늘어지게 되고 이 상태에서 손을 놓으면 고무줄의 탄력으로 문이 닫히게 된다. 이때에 문틀에 고정된 고무줄 부위를 기시점이라 하고 문에 고정된 고무줄 부위를 정지점이라 한다. 기시점은 시작되는 지점이며 정지점은 끝나는 지점이면서 움직임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그리고 경첩 부분이 인체에서 관절에 해당된다. 관절을 축으로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체에서도 골격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두 개의 골격 양쪽에 근육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근육이 수축함으로 두 개의 골격이 접히면서(간격이 좁아지면서)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렇듯 인체에 움직임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관절을 축으로 하는 두 개의 골격에 근육의 양 끝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근육이 수축함으로 움직임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근육은 하나의 관절을 걸쳐서 연결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근육은 하나의 움직임 만을 일으키지만 예외적으로 두 개의 관절을 걸쳐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특별히 '두 관절 근육'이라 하고 이러한 근육은 동시에 두 개의 움직임을 유발한다. 반면에 얼굴에는 관절을 걸치지 않고 부착되어 있는 근육이 있는 데 이러한 근육은 관절의 움직임은 없으나 근육만의 수축과 이완으로 표정을 지을 수 있어서 이러한 근육을 표정근이라 한다.


천추를 앞 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도 결국은 근육의 작용이다. 천추의 기울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근육과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근육에 대해서 알아보자


lsangle1.JPG 앞에서 복근이 위쪽으로 끌어주고 뒤에서 엉덩이 근육이 아래쪽으로 밀어주면 천추의 기울기는 줄어든다. [그림 출처 = low back pain syndrome]


천추의 기울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근육으로는 천추를 앞에서 위쪽으로 끌어주는 근육인 복근이 있고 뒤에서 아래쪽으로 밀어주는(끌어주는) 근육인 엉덩이 근육과 햄스트링 근육(허벅지 뒤쪽 근육)이 있다. 4편 '찢지 말고 늘여주세요'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근육은 스스로 신장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미는 동작은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미는 동작과 같은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반대 방향에서 끌어주면 결과는 같아진다.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뒤쪽 근육이 천추를 뒤에서 아래쪽으로 밀어주는 근육이라 했는데 사실은 아래쪽에서 끌어주는 근육인 셈이다.


pelvicmuscle.JPG 천추의 기울기에 영향을 주는 근육 [그림 출처 = low back pain syndrome]


천추의 기울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근육으로는 천추를 앞에서 아래쪽으로 끌어주는 장요근(사타구니 앞쪽 근육)과 사두박근(허벅지 앞쪽 근육)이 있고 천추를 뒤에서 위쪽으로 밀어주는(끌어주는) 근육인 요추 뒤쪽 근육이 있다.


결론적으로 천추의 기울기를 줄여주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복근과 엉덩이 근육, 허벅지 뒤쪽 근육을 강화시키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타구니(서혜부) 앞쪽 근육과 허벅지 앞쪽 근육, 요추 뒤쪽 근육의 긴장도를 줄여주면 요추의 만곡이 완만하게 되어 요통 발생이 줄어든다.


다음 편에서는 천추의 기울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복근과 엉덩이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법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3편 '운동은 쉬운데 매일 하는 게 어려워'에서 복근 운동법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나 다음 편에서 다룰 복근 운동법은 엉덩이 근육과 복근을 동시에 운동함으로 천추의 기울기를 줄여주는 운동법이다.




이번 글이 6편이다. 이 글은 1편부터 순서대로 내용이 심화되어 가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글을 완전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1편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이 글을 이해하는 데 좋을 듯싶다. 오늘 처음 이번 글을 읽는 독자분께서는 1편부터 차례차례 읽기를 권한다.


각 편마다 글 제목만 적어놓아 어떤 글이 몇 편인지 모를 수 있어서 글 편수를 적어드린다.

1편: 허리는 안녕하신가요

2편: 요추는 ( 활 )이다

3편: 운동은 쉬운데 매일 하는 게 어려워

4편: 찢지 말고 늘여주세요

5편: 모든 것은 기초가 중요해

6편: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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