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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디멘디아(2)

by 라스파거스

- 에에엥


사이렌이 울립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모두 복도로 향합니다.

복도의 끝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아니면 어쩌면 꿈만 같은 일요일인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왼쪽으로 돕니다. 오른쪽으로 돌 수 있는 사람도 있을 법하지만 아무도 오른쪽으로 돌아보지 않습니다.


- 에에엥


왼쪽으로 돌아본 이들이 다음 사이렌 소리에 맞춰 움직입니다. 왼쪽으로 향하다 막힌 곳에서 오른쪽, 그다음은 왼쪽을 마지막으로 각 방들이 보입니다. 1번~200번, 200번~300번 이렇게 나누어진 파티션으로 향합니다. 아 파티션 바로 전에 화장실이 있는데 모두 순서에 맞춰서 변기로 향합니다. 누구 한 명 급한 사람이 있을법하지만 순서대로 들어갑니다. 나오고 들어가고 나오고 들어가고를 반복합니다.


모두 준비가 끝난 듯합니다. 각 파티션별로 위치한 사람들이 두뇌와 연결된 곳에 SD카드를 꼽습니다.


3.2.1.


각 파티션에 위치한 사람별로 업로드된 상황을 패널로 확인합니다. 모두 업로드가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COMPLETE 사인이 나옵니다. 다음 사이렌을 울립니다.


- 에에엥


각자 지정된 장소로 향합니다. 각자 정해진 역할을 수행합니다. 1~100번은 폐기물을 녹입니다. 101~200번은 녹은 폐기물이었던 것들을 옮깁니다. 201~300번은 주어진 주물에 녹은 폐기물을 붓습니다. 그리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시킵니다. 모두 순조롭습니다. 너무 순조롭다 못해 기계가 된 느낌까지 듭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강철수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저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일을 잘하는지, 잘하다 못해 그리고 기계처럼 보이는지. 불만도 불평도 심지어 농땡이도 치지 않는 저 모습이 맞는 건지. 그리고 지금 제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하나씩 말씀드려야겠군요. 50년 전 김철수 씨가 만들어낸 혁명적인 기술 '에스디멘디아'는 사회적인 엄청난 파장을 일어냈습니다. 뇌 용량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을 이런 단순한 칩에 담아낼 수 있다니. 처음에 사람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학계에서는 큰 논란이 되었고 , 종교계에서는 신이 주신 능력을 넘어서는 짓을 했다고 연이어 시위를 했죠. 처음에 저도 믿지 않습니다. 뇌 용량을 강제로 늘리다니. 게다가 뇌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노트북도 아닌데 말이죠.


복제 소를 만들어냈다던 100년 전 어떤 박사처럼 만들어낸 조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의심이 걷어들려 지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왜 나면 높은 사람들이 점차 김철수의 연구에 대해서 지원을 늘려갔거든요. 어쩌면 경영권에 흔들리던 입지에 놓였던 한 대기업 후계자가 그 기술을 통해 아버지의 치매를 이겨냈다는 게 시작이었죠. 그 후계자 A부터 시작해서 높으신 분들부터 김철수의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인류가 치매를 이겨낸 순간이었죠. 인류가 진정한 업그레이드를 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기술을 만들어낸 김철수 씨는 끝내 그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겨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 에에엥


아. 이제 순환시간이군요. 다음에 제 소개를 이어서 하죠.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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