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똥손의 무모한 아니 위대한 도전-
(4) 못한다고 아무도 구박하지 않아요
‘디지털 드로잉이 처음이시라면?’이란 재생 목록이 있었다. 심지어 솔생님의 영상 대부분은 나 같은 똥손들을 위한 영상이었다. 우연히 전문가 수준의 영상 하나만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였던 것. 원래 다혈질들이 겪는 흔한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화내고, 쪽팔려 하기. 다행히 우리 집엔 그 다혈질 인간 혼자 살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루에 영상 하나씩, 차분하게, ‘나는 다혈질이 아니예요’라는 주문을 외우며, 그렇게 일러스트를 배워나갔다.
무턱대고 일러스트 그리기를 시작하는 건 매우 무모한 짓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초보 단계에는 바로 그리기보다는 실제 사진을 활용하는 방법이 유용한 것이었고, 사진의 농도를 흐리게 한 후 다른 레이어에 덧그리는 식으로 연습을 해나갔다. 하루에 두 개씩 쉬지 않고 매일 연습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오직 연습, 연습, 연습. 처음에는 까만색 흑백 그림밖에 못 그렸지만, 조금씩 그림에 컬러를 입히기도 했다. 몇 달을 연습했을까, 조금씩 그림 같은 그림이 만들어졌다.
솔생님은 여전히 영상을 올려주신다. 나도 여전히 일러스트를 배워가는 중이다. 무모했으나, 아직 위대하진 않으나, 그래도 꽤 흥미로운 작업이다. 못한다고 구박하는 이가 없고, 미칠 듯이 덤벼들어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그래서 이 도전은 무모하지만, 위대할 수 있는 도전이다. 끝까지 포기할 이유가 없는 나만의 ‘취미’이니까.
그나저나 말이다. 무언가를 이해하며, 알아가는 과정 역시도 취미의 한 영역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 취미 중 하나가, ‘당신’이기도 한 것처럼. 나도 솔생님이 그러했듯 누군가의 얼굴을, ―기왕이면 당신의 얼굴을― 그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