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에서 KIA까지, 언제나 타이거즈-
(3) 마치 음악을 감상하듯, 그렇게.
월요일만 빼고 매일 야구 경기가 열리는데, 그렇다고 모든 경기를 챙겨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나 직장인에겐 절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야구를 즐기고 있을까?
각자의 삶이 다 다르므로 이건 공감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신은 이걸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이, 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을 담고 있다는 걸. 나는 퇴근 후 집에 와서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으면 ―웬만하면 없다― 네이버 야구 중계를 튼다. 그냥 틀어놓는다. 그리고 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보통은 퇴근 후 글을 쓰는 게 대부분인데, 원래도 보지도 않으면서 늘 TV를 틀어놓곤 했었다. 혼자 사는 집이라고 소리가 너무 죽어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야구를 틀어놓아도 크게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적응이, 되었달까? 중계하는 해설진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잠시 화면에 집중하기도 하는데, 나머지 시간에는 조용히 내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다. 당신은 내게 성인 ADHD를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는 애들도 있는데, 야구라고 뭐 크게 다른가?
물론 아예 보기 싫은 날도 있다. 약속이 아니라도 무언가 다른 특별한 일이 내게 벌어질 때가 아무래도 많다. 직장인의 삶이, 다 그런 것 아니겠나. 대신 야구 열풍 덕분에 방송사마다 야구 정보 프로그램을 중계하고, 또 네이버에도 경기 영상이 올라와서 덕분에 하이라이트는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다.
그리고 나만의 약속 아닌 약속이 있다면, 경기가 많이 기울어졌을 때부턴 보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타이거즈 팬이 아니라며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난 지는 경기는 보기가 싫다. 마음이 아파서. 극적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경기는 당연히 보겠지만, 아예 일찌감치 포기해버리는 그런 경기까지 보고 싶진 않다. 그건, 내 마음이다.
야구가 끝나는 시간은 보통 밤 10시. 그 시간에 맞춰 밖에 나가 달리기를 하거나 다른 취미생활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내 하루는 언제나 꽉꽉 채워진다. 비어있으면, 야구로 채우면 되니까. 참 고마운 스포츠다. 심지어 추운 겨울에도 스토브리그가 진행되어 야구에 대한 끈을 놓아주지 않는다. 날이 조금만 풀리면 아마 시범경기도 중계해줄 것이다. 올해 KIA 타이거즈는, 어떤 성적을 보여줄까?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 역시도 취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존재를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그렇게 응원하는 시간이 하염없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취미의 정의와 응원의 정의는 그리 다른 게 아닐 것이다. 언젠가 말하지 않았었나?
내 취미 중 하나가, 당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