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과 함께 하는 고된 성장기-
(2)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
나의 주체적인 판단으로 집에 들인 녀석은 아니었지만, 그날 느낀 감정은 ‘슬픔’에 가까웠다. 선생님께 너무 죄송했고, 말라버린 녀석의 표정은 나를 원망하는 듯했다. 이상했다. 그전엔 그저 쓰레기 취급을 했던 식물의 시체를 보며 왜 나는 슬픈 감정이 들었을까. 당신은 어쩌면 내게 ‘나이가 든 것’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내 생각이기도 하다. 나이가, 좀 들긴 했다.
이때 이어진 내 선택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지만, 다행이었다. 난 곧장 말라 있던 잎을 뽑아 버리고, 새로 물을 주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 번, 그렇게 다시 물을 주기 시작했다.
한 달이나 지났을까? 얼마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북 알로카시아 화분에서, 새로 머리를 내민 새잎이 눈에 띈 것이다. 생명의 신비, 그런 것인가. 아니면 부활이라는 성경 말씀이 거북 알로카시아로 실현된 것인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입 속의 검은 잎’은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이때 난 분명 ‘감사’라는 감정을 느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식물도감 같은 책을 사서 공부할까도 생각했지만, 내가 전문가적 소양을 갖출 정도를 원하는 건 아니었으므로 책 대신 책처럼 교양있고 지식이 가득한 ‘유튜브’를 이용하기로 했다. 유튜브엔 역시나 전문가들이 즐비했고, 맞춤형 영상을 찾기도 수월했다. 당신이 여기서 궁금해할 것 같아 미리 말하자면, 어머니께는 뭘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뭘 알아야 물어보든가 하지. 그래서 반려식물 키우기에 관한 기초 지식부터 갖춰보고자 한 것이다. 덕분에 뿌리가 살아있으면 잎이 새로 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거북 알로카시아는 새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처절하게 살아낸 것이었다.
여러 정보 중 확 꽂힌 것이 있다면, 그건 ‘분갈이’였다. 인간이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아님 이사를 간다고 해도 좋고. 인간도 몸이 점점 커지는데, 계속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을 수는 없다. 혹은 가족 구성원 늘어나는데 계속 원룸에만 살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하고. 그래서 분갈이가 필요하다. 유튜버 님의 설명을 잘 들은 후 분갈이를 위해 마사토와 배양토, 예쁜 화분을 주문했다. 로켓처럼 다음 날 바로 배송되었고, 역사적인 인생 첫 분갈이가 시작되었다.
당연하다는 듯 시작부터 일이 제대로 진행되질 않았다. 금전수 분갈이부터 시도했는데, 이 녀석이 화분에서 쉽게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옷 갈아입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아이처럼, 녀석은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훗, 그렇지만 난 좀 단호한 구석이 있지. 어쭈, 네가 버텨? 당장 창고에 있는 장도리를 가지고 와 톡 하고 화분을 두들겨 주었다. 바로 이거지. 정말 톡, 한 번에 정확히 두 동강이 났다. 그런데 그렇게 깨진 화분을 벗겨냈을 때,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뿌리가 너무 많이 자라 화분을 뚫고 나올 기세였던 것! 좁은 화분 속에서 더 자랄 공간이 없어 뿌리들이 서로 뒤엉켜서 화분 밖으로 쉽게 나오지 못했던 것이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진심으로 소리를 내어 사과했다. 그간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분갈이를 마치고 나니 녀석들도 편해 보였고, 나도 한껏 뿌듯해졌다. 학교에서 우울해하는 아이를 상담해준 후, 다시 밝아진 표정을 확인했을 때의 기분이었달까. 이래서, 자식을 키우는 건가, 싶기도. 여하튼 반려식물 키우기에 조금은,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