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얼마짜리 고갈비야?

가장 보통의 레시피 - 소박한 식탁 위 발칙한 잡담들

by 웅숭깊은 라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산울림 <어머니와 고등어> 中


이 노래를 만든 김창완씨는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노래의 비하인드를 하나 알려주었는데, 김창완씨의 어머님이 이 노래를 듣고 엄청 서운해하셨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아들을 위해 늘 비싼 생선을 차려주었는데 노래에는 싸구려 고등어나 밥상에 올리는 사람처럼 비치는 것 같았다고. 저어기 남쪽 바닷가 출신인 ―소위 ‘생선잘알’이신― 우리 어머니께서도 명절이면 비싼 돈을 주고 갈치나 민어 조기 같은 고급 어종을 밥상에 턱턱 차려놓으시는데, 자식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이 땅의 어머님들이 가진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긴 하지만 고등어는 그저 ‘싸구려 생선’이라 치부하기엔 그 맛이, 정말이지 일품이 아닐 수 없다. 내게 일등 생선은 언제나, 영원히, 고등어!

요즘 수산 시장에서 한 손에 8,000원 정도 하는 우리나라 고등어는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이 제철이다. 여름에 산란을 마친 고등어가 다시 힘을 내기 위해 열심히 먹이를 찾아 먹는 덕분에 아주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가을 고등어회 한 점을 간장에 찍은 뒤 생강 채를 올려 입 안에 쏘옥 넣으면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내가 고등어인지 고등어가 나인지 모를 황홀한 기분에 휩싸이곤 했는데…….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집 냉장고에 사는 고등어는 저기 멀리 노르웨이에서 오신 서양 분이시다. 어쩐지 때깔부터 조금 차이가 있더라니. 그렇지만 맛은 다르지 않다! 오늘 저녁, 야무지게 고갈비를 구워 먹어볼까?


잘 손질된 고등어를 쌀뜨물이나 식초 물에 담가 30분 정도 비린내를 없애준다. (참고로 간장이나 레몬 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한동안 재워둔 고등어를 깨운 뒤엔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해주자. 막 씻고 나온 어린아이의 뽀얀 속살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 과정은 오븐에 넣어 80% 정도만 구워내는 것인데 중간에 꺼내서 간장과 고춧가루, 고추장 따위를 섞어 만든 양념장을 바른 뒤 다시 구워주어야 한다. 아, 시간? 우리 집 오븐 기준으로 180도에 12분이면 된다. 에이, 당신은 걱정할 필요 없지. 내가 다 해줄 텐데 뭐가 걱정이람? 지글지글 끓는 양념이 아주 먹음직스러울 것이다. 우리가 알던 그 고갈비, 두두등장.

우리나라엔 밥도둑이 참 많은데 고갈비도 아주 대표적인 대도 大盜라 할 수 있다. 반찬은 물론 안주 역할도 제대로 하는 아주 다재다능한 음식이다. 우리 동네 아주 손꼽히는 음식점에서 고갈비 한 상을 15,000원에 판매하는데, 한 끼 식사로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난 고갈비 한 상을 영접한 날이면 하루가 온전히 만족스럽다. 참 희한할 지경이다. 돈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우리가 돈을 쓰는 이유가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생존이나 안위를 위한 소비도 있지만, 위로와 즐거움 따위를 얻기 위한 의미의 ‘플렉스’도 있단 말이야!


그나저나 말이다. 글 쓰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흔한 궁금증 하나가 있는데,


‘내가 쓴 글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쯤 될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 글쟁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보통 책 한 권당 저자에게 주어지는 인세는 10%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책 한 권이 15,000원이라 치면 결국 권당 인세는 1,500원꼴이다. 그러니까 10만 부는 1억 5천, 100만 부쯤 팔리면 15억의 인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지. 다들 이러한 장면을 꿈꾸지 않을까?

마침 책 한 권 가격과 고갈비 한 상 가격이 비슷한 편인데 자, 여기서 퀴즈퀴즈! 당신에게 15,000원이 있다면 당신은 고갈비를 선택할까, 아님 내 글을 선택할까? 솔직히 이 선택권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난 아직까진 고갈비를 택할 것이다. 내 글은 15,000원이 아니라 1,500원의 가치도 지니지 못한 것 같아서,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한없이 부끄럽기 짝이 없으니까.


내가 가진 이 부끄러움이 참 마음에 든다. 덕분에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므로. 글쓰기 고수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성장을 위한 발판을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내 침대 머리맡엔 언제나 책이 있고, 심지어 틈만 나면 휴대전화를 열고 글쓰기 플랫폼에 들어가 새 글을 읽는다. 이 기회를 빌려 세상 모든 글쟁이분들께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 덕분에 저는 오늘도 한 뼘씩 자라나는 중이랍니다! 지금 제 키는 180cm가 조금 (정, 정말 조금) 안 되는데, 이러다간 2m가 넘게 자라날지도 모를 일이라고요!


아마도 영원히 내 선택은 고갈비가 되겠지만, 당신은 선택하기 전 그래도 조금은 망설여주길. 고갈비는, 오직 당신만을 위해 내가 정성껏 요리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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