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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Oct 27. 2023

나는야 들기름에 바싹 구워 단단해진 강철 두부 멘탈

가장 보통의 레시피 - 소박한 식탁 위 발칙한 잡담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 김두부라고 합니다. 저는 쉽게 좌절하고 으스러지는 편이며 작은 일에도 상처를 크게 입는 성격입니다. 아니, 그랬었습니다. 그랬으나, 지금은 강철 두부 멘탈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변할 수 있었냐고요? 그게…… 참 별것 아닌 사소한 한 마디가 큰 힘이 되기도 하더군요. 어느 날 새벽,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그때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거든요. 그저 하소연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잠결에 전화를 받은 친구는 귀찮다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그럼, 가만있지 말고 뭐라도 해!”     


 뭐라도 하라니……. 그랬습니다. 저는 저의 성격이 참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걸 바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거죠. 친구의 말에 용기를 얻은 전, 과감히, 두부구이를, 선택했습니다!     


 이상, 김두부씨의 이야기였고 여기서부터는 내가, 바통을 이어받아 당신에게 단단한 강철 두부를 만드는 비법을 알려주려 한다. 알다시피 두부는 아주 쉽게 으깨진다. 그래서 두부 멘탈이란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두부가 단단해지길 원한다면, 뭐라도 해야겠지? 사실 굉장히 간단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므로, 두부는 계속 쉽게 으스러지고 말았던 거다. 

 먼저 두부를 썰어 쟁반에 펼쳐주고, 전자레인지에 2~3분 정도 돌리면 물이 흥건해진 걸 볼 수 있다. 두부가 가지고 있던 수분을 빼주는 과정이다. 그런 다음 들기름(두부구이는 들기름이 ‘국룰’이다)에 바싹 구워주면 되는데, 더욱 단단한 두부를 원한다면 굽기 전에 전분 가루를 골고루 묻혀주면 좋다. 여하튼 그렇게 앞뒷면을 잘 구워주면 그토록 기다리던 강철 두부, 완성. 볶은 김치와 찰떡궁합이며 양념장을 올려 먹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어때, 어렵지 않지?     

두부구이는 들기름이 국룰이다


 어렵지, 않지만 지구인은 쉽사리 시도하지 않는다. 누구나 멘탈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겠지. 흔들리는 것까지는 괜찮겠지만, 휘청거리다 쓰러지는 순간이 오면 어쩌려고 그래? 쓰러지지 않기 위하여, 우린 어떤 바람에도 끄떡없는 강철 멘탈을 갖추어야 한다. 사실 앞서 등장했던 김두부씨는 알고 보면 나일지도, 당신일지도. 우린 모두 세상 풍파를 맞으며 살아가니까. 쓰러지기 싫었던 난, 나만의 방법으로 몸을 지탱해내고 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바로, 글쓰기이다. 

 글을 쓰다 보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정확하게는 내가, 아주 잘 보인다. 생성된 단어들의 나열은 나의 감정이나 욕구 따위를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므로 쓰다 보면 그것들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억누를 수 있달까? 때론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기도 한다. 답답했던 마음이 한껏 풀리는 기분. 지구인 모두가 쓰기의 기쁨을 알면 좋을 텐데 말이다.

 어둠이 깔리면, 편한 옷차림으로 밖을 나선다. 천천히 걸어 동네 천변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냅다 달린다! 달리기는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누굴 이기기 위하여 속도를 높일 필요도 없으며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도 하다. 심지어 달리는 동안 잡념들이 제거되고 땀을 흘리면 엔도르핀이 솟기도 한다. 쾌감이라고나 할까? 달리기 역시도 멘탈관리를 위한 특급 비법이라 할 수 있다. 아, 다만 달리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거미줄의 공격이 있을 수 있으니 그건 좀 조심해야 할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 나만의 멘탈 관리 방법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예쁘게 차려놓는 행위이다. 그것을 아마도 지구인들은 ‘요리’라고 부르겠지. 요리는 때론 과학이고, 마법이며, 신비로운 창조이기도 하다. 하나의 음식을 만들 때 식재료들은 저마다 필요한 이유가 있다. 최상의 맛을 위한 조합이랄까? 소금 한 티스푼의 유무로 엄청난 맛의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더불어 얼마 되지 않은 재료로 화려한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달걀 한 알만 있으면 수십 가지 요리가 탄생한다는 걸 당신은 알까? 이렇게 위대한 과정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요리는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을 위한 꽤 괜찮은 행위인 것이다.     


 당신이 두부 멘탈이든 유리 멘탈이든 아니면 쿠크다스 멘탈이든, 그로 인해 괴롭고 지치고 힘이 든다면 글을 쓰든, 달리든, 요리를 하든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꼭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해서 으스러질 테지만, 수분기를 제거하고 전분 가루를 발라 들기름에 바싹 구워내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강철 두부 멘탈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니까.     


 “가만있지 말고 뭐라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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