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을 위해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몇 가지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때 기획자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자체에 대한 개념적 접근부터 비즈니스 모델, 목표 설정, 핵심가치 등등.. 고려해야 할 것들은 넘쳐나고 이러한 모든 요건들을 한 곳에 모아서 정리하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포지션이 바로 기획자입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기획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꼽아보자면 내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또는 내가 구현하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 최종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동일시하는 경우입니다.
많은 서비스는 기획단계에서 충분한 사용자 리서치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물론 충분한 이유들이 있죠. 예산이 부족하다던가, 보안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던가, 예산이 많이 부족하다던가 등의 이유들은 현실적으로 타깃이 될 수 있는 고객층의 수요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보다는 예측하는 방식으로 많이 접근합니다.
이후 베타 서비스 등의 절차를 거쳐서 미진한 부분을 빠르게 개선해 나가는 전략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사실 서비스 기획과 론칭까지의 프로세스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기획하고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사용자와 기획자의 간극이 너무 넓을 경우에는 애초에 해당 프로젝트 자체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최소한의 서비스 수요, 니즈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때 우리가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는 기법이 바로 페르소나 구축입니다. 가장의 타깃 고객을 설정하여 최소한 이 가상의 타깃은 우리가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 전체적인 서비스 기획의 방향을 고정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충분히 효과를 보고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 꼭 권장하는 편입니다.
페르소나를 구축할 때 역시 크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단순히 인류 통계학적 데이터(연령, 성별 등)가 다르다고 나와 달라진 캐릭터는 아닙니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심리가 기획자와 비슷해진다면 페르소나 자체가 결국 타깃이 아닌 기획자 본인이 되는 것이죠.
쉽게 이야기를 해보면..
기획 중인 서비스가 아이웨어를 주로 취급하는 종합 쇼핑몰이라고 가정을 해봤을 때,
기획자는
30세 남성이면서 영화를 좋아하고, SUV 차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혼이며 연애 중이지만 아직까지 결혼 계획은 없는데 최근 자기 계발 도서를 많이 읽고 있습니다. 물건은 중고거래로 많이 구입하며 평소에 쿠폰 같은 것들을 꼼꼼하게 챙겨두고 활용합니다.
페르소나는
31세 여성이 영화를 좋아하고 세단 차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혼이고 연애 중입니다. 결혼 계획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알뜰한 소비가 강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페르소나를 설정했다고 하면 사실상 기획자 스스로가 여성화된 것뿐이라는 것이죠.
심지어 서비스 기획과는 전혀 상관없는 수준의 캐릭터를 만들어버렸다면 애초에 시작부터 타깃의 성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리서치는 굉장히 거창합니다. 전문 리서치 기관에 의뢰를 하고 그룹 FGI나 ARS 기반의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을 생각하기 좋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홈페이지가 있다면 간단한 1~3문항 정도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거나 타깃이 많이 모여있을 것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또는 소셜미디어 채널 등을 통한 조사를 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좀 더 정확한 설문이 필요하다면 국내 리서치 기업의 온라인 설문조사는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페르소나를 아무리 열심히 구성했다고 하더라도 몇 가지 허점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게 우리가 설정한 캐릭터가 실제 존재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으며, 수요인원이 충분한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리서치는 우리가 설정한 페르소나를 기준으로 실제 타깃 고객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놓친 요소들을 바로잡아주는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추천하는 리서치는 온라인, 500명 정도의 데이터, 10개 이하의 문항입니다.
전문 컨설팅을 받는 것은 최소 100억대 사업이 아닌 이상은 굳이 권장하지 않고, 문항이 많아질 경우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적당한 비용 선에서 기획과 타깃을 좁혀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2020년 주요 마케팅 키워드에 반드시 포함되는 단어에서 초개인화는 빠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광고와 마케팅의 고효율화를 위해서 지속적인 개인화 전략이 발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인데, 기획단계에서 이러한 초 개인화를 처음부터 고려하는 것은 다소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서비스가 실제 수요층과 완벽하게 매칭 된다는 보장을 하지 못한다는 점 외에도 실제 고객의 개인화 이전에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서비스의 타깃 그룹 자체에 먼저 집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초개인화는 우리가 쉽게 표현하는 트렌드 용어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취급되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수준의 초개인화 전략은 아마존, 쿠팡, 당근 마켓 등의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효율적 접근을 위한 방법론이지,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초개인화를 고려할 경우에는 시작도 전에 엄청나게 비대해진 프로젝트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사업성과 수익화, 수요층의 공략 등에 대해서 충분한 확인과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화를 논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죠.
만약 신규 서비스 기획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초기 콘셉트를 지켜내고, 타깃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방법에 더 집중하세요.
초개인화 같은 뭔가 멋져 보이는 표현은 초기 기획에서는 필요 없는 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