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 회피법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꽤 여러 조직을 경험했습니다. 이 중에는 대기업도 있었고, 10명 미만의 소기업도 포함됩니다. 스타트업은 물론 2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기업에서도 근무를 해보면서 다양한 형태의 복지와 기업 문화를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기업 문화는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복지 수준과 연봉 등 경제적인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만, 실제 근무 환경에서 가지게 되는 압박감은 내 월급이 아니라 당장의 분위기와 옆 사람들의 태도이기 때문에 문화는 이 회사에서 내가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이직 과정에서 반드시 피하기를 권장하는 유형의 기업들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물론 기업의 겉모습이나 인터뷰를 통해서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유의하여 건전한 회사생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서비스 마케팅을 위하여 전문가를 채용했으나 기업 내 관련 직군 종사자는 전무하고 당연히 마케팅 지식을 가진 내부 직원이 없다 보니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 목표, 수행 방안 등에 대해서 공감대 형성은 고사하고 이해 자체를 시키는 것에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광고 계획을 수립하고 보고할 당시에는 별 말없이 넘어가던 건들이 결과물이 나오는 시점에서 트집을 잡힌다거나 광고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상황을 오해하거나 마케팅 채널에 경영진의 개인 취향을 담은 콘텐츠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업로드되는 경우까지 생기는데요.
이렇게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는 오롯이 신규 입사한 전문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사고의 원인제공자들이 본인의 과실에 대해서 이해도, 인정도 하지 않기 때문이죠.
몇 가지 사례를 꼽아보자면,
<케이스 1>
회사 : 마케팅을 통해 우리 회사의 제품 매출을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 : 이를 위한 광고 캠페인을 페이스북과 구글 애즈를 활용하고 매체 사용성 강화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회사 : 뭐가 그리 복잡해요? 할 수 있어요? 없어요?
전문가 : 일단 광고 계획서와 마케팅을 위한 채널 운영 계획서를 준비하겠습니다.
--
전문가 : 계획서 검토 부탁드립니다.
회사 : 네 진행해주세요. (이 단계에서 보통 검토가 제대로 안됩니다.)
- 프로젝트 수행 -
(보완 사항, 이슈 체크 후)
전문가 : 이런 문제들이 있으니 서비스 보완을 제안합니다.
회사 : 아니 광고하면 매출이 올라야지 왜 우리 서비스를 붙잡고 있나요?
<케이스 2>
전문가 : 이런 형식의 마케팅 계획을 준비했습니다. 이 경우 ROI는 000% 정도가 예상되며, 광고 캠페인의 ROAS는 0,000% 정도를 목표로 진행됩니다. 초기 Funnel 구축이 되어 있지 않아 이번 분기에는 Top Funnel 강화에 집중하면서 전체적인 Lead발굴에 초점을 잡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 지금 혼자 전문가라고 자랑하나요? 말을 왜 이리 어렵게 하죠?
전문가 : (각 용어를 상세히 설명, 전체적인 전략 흐름을 풀어서 재설명)
회사 : 아니 혼자서 회의 시간을 이렇게 뺏으면 어떻게 합니까? 이 많은 이야기를 지금 우리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문가 : 그래서 문서로도 준비했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음)
→ <케이스 1>로 이동
두 개 정도의 사례를 꼽아봤습니다만, 놀랍게도 모두 실화입니다.
회피전략
1. 면접을 볼 때 기존 마케팅이 이루어졌는지, 사례를 물어보세요.
2. 내부에 마케팅 부서가 있는지를 확인하세요. 또는 외주 광고 및 마케팅 기업이 있는지를 확인하세요.
3. 사전에 서비스 상태를 체크하세요. (트렌드에 맞는지, 최신 기능이나 웹 표준이 잘 지켜졌는지 등등)
4. 입사 후 포지션을 체크하여 인터뷰 때 대략적인 계획을 설명하고 반응을 확인하세요.
만약 단 한 번도 마케팅 활동이 없었던 기업이라면 리스크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대부분의 직군이 그러하듯 혼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해서 결과를 내놓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마케팅을 기준으로 보면 채널 운영을 위한 콘텐츠 기획과 카피라이팅, 콘텐츠 디자인 업무가 필요하며, 웹분석 또는 앱 분석을 위한 애널리틱스 도구 설치와 모니터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운영부서와의 협업은 물론 개발부서와도 협업이 필요합니다. 광고 전문가 역시 필요하며, 전체적인 브랜드 경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브랜딩 전문가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UX, UI 전문가와 웹디자인, 패키징 디자인, 편집디자인 등 수많은 직군이 어우러져야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 모든 인력을 갖추고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기획(콘텐츠를 포함한 모든 기획)과 마케팅(광고를 포함한 모든 마케팅)과 개발(모든 서비스 개발). 마지막으로 디자인(콘텐츠, 웹, 앱 등 모든 디자인) 리소스는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일부라고 믿습니다만, 모든 디자인 업무를 외주로 주는 기업, 모든 개발을 외주로 주는 기업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조직에 합류한 후에 내가 계획한 일이 제대로 수행 가능한 협업 부서 또는 담당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입사했는데, 디자이너가 없어서 포토샵을 실행해야 하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서 프리미어를 실행해야 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한 상황입니다.
외주로 처리하기에는 이 모든 루틴 한 업무들이 모두 비용으로 치환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내부 마케팅 담당자에게 혼자서 전부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한데요.
당연히 본인 분야 외의 결과물은 비전문가의 영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경쟁 서비스, 브랜드, 기업 대비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결과물에 대한 책임 역시 스스로가 가져가야 하는 상황은 쉽게 벌어집니다.
이 외에도 내부에 있는 개발인력이 심각하게 수준이 떨어지거나 현실감각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5년 차 디자이너가 알고 보니 배너 디자인 외에 아무것도 해본 적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난감한 건 연차가 매우 높은 개발자가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의 개발 노하우를 아직까지 놓지 못하는 상황인데,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보면
<케이스 1>
마케터 : 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면 디자인 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 : 내부에 인력이 없는데, 혼자서 처리 못하나요?
마케터 : 저는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데요?
회사 : 일단 파워포인트로 적당히 한번 그려봐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까 퀄리티 높이는 건 나중에 합시다.
(결과 확인 후)
회사 : 아니 왜 이렇게밖에 못하죠? 도대체 뭘 한 겁니까? 월급이 아깝진 않게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케이스 2>
마케터 : 현재 광고를 통한 서비스 유입 트래픽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전환율이 많이 저조합니다. 이탈 지점을 분석해보니 000위 치에서 이탈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이렇게 개선하면 전환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개발자 : 그걸 어떻게 믿죠?
마케터 : 관련한 서비스 기획서, S/B 준비해놨고 경쟁 서비스의 현재 UI를 분석한 자료입니다. 경쟁사는 저희보다 전환율이 높을 것 같아요. 일단 옵티마이즈는 해두면 장기적으로도 좋을 것 같고, 요즘 트렌드 자체가 이런 식이니 이번에 도입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개발자 : 아니 이걸 하려면.. (왜 하면 안 되는지 설명), 이거 적용하고 변화 없으면 어쩔 건데요? 당신이 책임지나요?
역시 놀랍게도 실제 상황입니다.
회피전략
1. 최근 이벤트 이력을 확인해보세요.
2. 소셜미디어 채널이 있다면 미리 확인해보세요.
3. 서비스가 올드한지 한번 미리 살펴보세요.
예전에 입사했던 회사 중에서 정말 충격적인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모니터의 색상이 노란색으로 변했는데 아무런 불평 없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업무를 보던 분이 계셨습니다.
놀라운 건 이런 상황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교체 또는 수리가 이루어지거나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뭔가 이상하다 생각이 들어 직원들 모니터 제조년월일을 살펴보니 평균 1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상태였습니다.
회사에 강력하게 건의해서 일부 심각한 상태의 모니터를 교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날 이후로 회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던 기억이 납니다.
업무의 퍼포먼스는 의외로 장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똑같은 엑셀 파일을 실행하더라도 셀러론과 인텔 10세대 i7은 당연히 결과를 내는 속도에 차이를 보여줍니다.
21인치 모니터와 27인치 모니터 역시 생산성이 다릅니다.
1200mm 책상과 1800mm 책상 중 생산성이 높은 환경은 당연히 1800mm입니다.
목받침이 없는 싸구려 의자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40만 원짜리 시디즈 의자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산성도 다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단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오롯이 임직원 모두가 나누어 무게를 짊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회피전략
1. 면접 보실 때 사무실 환경을 유의 깊게 살피세요.
자세한 내용 보기 : https://brunch.co.kr/@rats/57
크몽 페이지 보기 : https://kmong.com/gig/237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