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Feb 25. 2024

팀원 뺏기지 않기

순간의 대책이 필요한 순간

이젠 육아휴직을 라테(20년 전)에 비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조직도 조금씩 그렇게 좋은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면에서도 자녀 초등입학을 앞두고 육아휴직을 쓰려는 직원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원 충원 없는 상태에서 조만간 3월부터 들어갈 거라고 한다. 거기서부터 비상상황은 시작되었다.


그 여직원이 소속된 팀은 3월에 각종 농업보조사업 신청이 몰려있어 현재 팀장과 직원 두 명 가지고는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원래 이곳 총무팀에 3명, 복지팀 3명, 산업팀 3명 이렇게 공평하게 인원이 딱 맞아 그동안 어디가 부족하고 넘치고 그런 말이 없었다. 또 작년에는 총무팀 한 명이 충원되어 그 팀은 지금 4명이 되었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산업팀은 총무팀에서 한 명을 빼서 휴직 들어간 빈자리를 채워줄 거라 막연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3월이 가까워지자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4월 중순에 있는 국회의원 선거로 총무팀이 바빠서 인원을 줄 수 없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주더라도 4월 선거가 끝난 후 인원을 줄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 팀에서는 뭐 한 달이면 그냥 참고 견디면 금방 지나가니 그럼 되지 않는가 하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팀에서는 3월에서 4월까지 한 달 반안에 엄청난 일이 밀려오는데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호소가 들려왔다. 업팀의 여직원들의 비명과 한숨소리가 들려왔고 막상 휴직 가려는 여직원도 맘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직접 면장실로 찾아가 독대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농담반으로 "육아휴직 가지 마"였다고 한다. 상담실에서 팀 미팅도 하는 둥 산업팀은 점점 비상상황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 팀에 직면한 일이 아니니 뭐 그런가 보다 하고 우리는 여유 있게 평상시처럼 일을 하고 있었고 금요일 오후 난 일이 있어 연가를 냈었다. 그리고 복귀해서 화요일 점심때쯤이었다. 팀원이 밥 먹으면서 별 동요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장님, 그 이야기 들었어요? 지금 산업팀으로 인원을 총무팀에서 못주겠다고 했나 봐요. 그리고 그 안중에 하나가 복지팀에서 한 명을 뺀다는 것도 있나 봐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런 안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라 대번에 분노가 밀려왔다. 어느 면이든 항상 복지는 총무나 산업에 후 순위로 밀려서 어디 결원이 발생하면 꼭 복지에서 빼곤 했던 관행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가 팀장님한테 전화 얼른 해야 한다는 걸 주말에 편하게 쉬게 놔두라고 했어요.. 그러다 월요일에 말한다는 게 까먹고 이제 생각났어요." 하는 것이다. 보통 한 명 뺀다고 하면 팀원이 놀래서 헉헉거려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 팀원은 뭔가 초월한듯한 태도다. 난 이 말이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고 화가 나자 심장이 쿵쾅거리고 분노지수가 상승하는 것 같았다. 늘 반복되던 이 어이없는 관행의 희생양이 이번에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점심을 먹고 부면장에게 다가갔다.

"식사하셨어요? , 그런데 어디서 듣자 하니 우리 팀 **이를 빼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절대 안 됩니다. "

" 아,, 그거요? 여러 가지 안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라며 부면장은 총무팀에서 한 명이 절대 빠질 수 없는 이유를 장황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난 상담실에서 더 은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부면장을 끌고 들어갔다. " 사실 부면장님도 아시잖아요. 우리 팀 ** 가 최근에 수술하고 한 달 만에 나온 거.... 그리고 저도 작년에 엄청 힘들었어요. 그 작은 목욕탕이 있는 복지회관 건물 옥상 방수를 계속 우리 팀에 면장님이 요구할 때 너무 힘들어서 질병휴직 내려고 했어요. 제가 너무 예민해서 조금만 스트레스받으면 소화가 안되고 바로 체하는데..." 하며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텔링을 했다. "아마 면장님은 모르실 거예요. 우리 팀이 이런 상황이라는 거.. 만약 우리 팀 직원 빼가면 저도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듯 그리고 주춤하는 표정으로 부면장은 지금 상태로 가자는 게 자기의 주장이라고 했다.


그날 오후 분주히 부면장이 2층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았다. 그리고 넌지시 다음날 물어보았더니 부면장이 우리 팀 팀원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면장한테 말하면서 "복지팀을 건들면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했다는 것이고 그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게다가 팀원 한 명이 이 시기에 신규자 교육을 간 것도 유리한 포인트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팀원 배치건에 대해 최종 결론이난 것 같았다. 갑자기 부면장이 산업팀장과 면장실을 올라가는 것이다. 어떻게 면장 마음이 변해서 총무팀 한 명을 빼서 줄려나 보다 하다가 ,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인원을 줄려면 굳이 같이 올라갈 필요 없이 내부인사발령만 내면 될 것인데 같이 올라갔다는 건 안 주니 이해해 달라 그리고 나중에 준다는 그런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닌가 했다. 진짜맞았다. 지금 당장은 산업팀 인원보충은 못해주니 선거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 하는 그것이었다. 업팀의 참패였다.


총무팀에서 한 명을 빼오면 처음에 3,3,3 맞았던 팀원 숫자로 딱 맞는 건데 한 명을 더 갖고도 내놓지 않는 현실에선 사실상 특단의 묘책이 필요했다. 인원 충원이 필요한 시점 한 달 전부터  산업팀이 주말특근이나 평일야근쇼를 했어야 했다. 그 야근하는 게 면장 눈에 보이고 귀에 들어가고 그렇게 주말이나 평일이나 야근하는 한 장면만 보아도 그게 면장 눈에 보이고, 귀에 들어가 바로 인원 한 명을 영입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과거 다른 면에서도 주말에 한 신규전입 여직원이 인수인계받은 지얼마 되지 않아 주말에 나와 일하고 있었는데 그게 딱 면장 눈에 띄어 그 여직원만 일하고 복지팀은 일도 없다고 대놓고 말한 적 있기 때문이다.


한참 민원이 많은 시기를 힘들게 보내야 하는 하는 산업팀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다. 다행히 우리 팀은 건강악화와 질병호소로 인해 팀원을 빼가는 만행은 피해 갈 수 있었으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먹히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직면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 이조직도 힘 있는 자들이 항상 하나를 더 가지려 하고 절대 뺏기지 않으려 하는 등 승자독식하는 동물의 세계 축소판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는 언제 우리 것을 뺏길지 모르니 귀를 열고 상황을 항상 주시해야 함을 깨달은 사건이었다.

이전 01화 어느 이장의 이상한 루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